“세계평화의 시작은 지역 공동체”… 2011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리머 보위의 신앙과 비폭력 평화운동
입력 2011-10-11 20:55
“나를 행동하게 한 건 신앙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이베리아 여성 평화운동가 리머 보위(39)의 소감이다. 보위는 최근 뉴욕 인터처치센터에서 열린 미국 교회협의회(NCC) 주최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 데스몬드 투투 주교 등을 예로 들면서 “더 높은 힘(하나님)과 연결되지 않은 채 비폭력의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위는 라이베리아 여성들을 조직해 반전 평화운동을 이끌며 2003년 라이베리아 내전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에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위를 라이베리아 평화운동을 하도록 이끈 것은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신실한 루터교인이었던 그녀는 두 명의 입양아를 포함해 6명의 자녀를 둔 ‘싱글맘’으로 난민촌에서 생활했다. 안전을 위해 자녀들을 가나로 보낸 뒤 고통과 슬픔에 빠져 있던 어느 날 그녀는 꿈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성들을 모아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비전은 주간 기도회로 현실화됐다. 라이베리아의 평화를 가져올 사람은 고난에 의해 단련된 여성들이라고 보위는 판단했던 것이다.
기도회는 2003년 4월 14일 몬로비아 시위로 절정에 이르렀다. 보위는 여성들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옷을 입힌 채 수도 몬로비아에 집결시켰다. 기독교인이나 무슬림, 배운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 젊은이나 늙은 이 구분이 없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라이베리아의 여성은 평화를 원한다”고 외쳤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기도회와 시위는 그칠 줄 몰랐다. 몬로비아는 물론 라이베리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결국 그해 8월, 테일러 대통령의 망명으로 20년 넘게 이어져온 내전은 종식을 고했다.
미국 NCC는 그녀를 ‘Circles of Names’에 추가하기로 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앙의 길을 걷도록 영감과 용기를 줬다는 이유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는 “보위는 라이베리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여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며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라이베리아와 아프리카의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에 펴낸 회고록 외에도 2008년 제작된 라이베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도한다 악마가 다시 지옥으로 가기를’(Pray the Devil Back to Hell)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여기서 그녀는 “세계평화를 이루는 최선의 길은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1980년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라이베리아 내전은 1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중 상당수가 어린이였다. 수많은 여성들은 강간을 당했고, 국민의 3분의 1이 강제 이주됐다. 특히 소년병의 경우는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의해 강제로 술과 마약에 취한 채 전장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