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 정치속으로… 민주당 “시위대 적극 지지”-공화당 “폭도 변질”

입력 2011-10-11 18:50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4주째 접어들면서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시위는 애초부터 뚜렷한 정치색이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10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시위를 비판한 공화당 의원들을 강력히 비난함으로써 월가 시위는 급속히 정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 의회선거위원회(CCC)는 트위터와 이메일을 통해 시위대에 대한 명백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뉴욕과 곳곳에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미국인에게 부당한 경제 정책을 강요하거나 서민들의 복지 정책을 축소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위원회는 거대 석유회사나 은행의 경영자, 억만장자 등을 상위 1% 소득계층의 대표적인 사람들로, 나머지 99%를 일반적인 미국인으로 분류했다. 바로 1%가 99%를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을 막아야 하며 시위대의 주장이 그렇다는 것이다.

또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한 데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캔터 대표는 지난주 시위대가 폭도로 변질되면서 “미국인과 미국인을 대결의 함정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abc방송에 출연, “직업이 없는 그들이 화를 낸 것이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거나 불투명한 미래보다 더 화나는 일은 없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또는 의원들의 지지 입장 표명은 지난 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은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 공세는 공화당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다. 이달 초 시위가 점차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공화당 유력 인사들은 “계급투쟁”(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폭도들의 행위”(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 “반(反)시장주의자들”(허먼 케인 대선주자)이라고 비난했었다. 시위대의 주장이 일목요연한 것은 아니지만 월가 개혁, 부자 감세 철회 등 서민층을 대변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은 ‘우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카고 시위대가 공식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이들은 투표를 통해 ‘부자 세금감면 폐지’ ‘월가 범죄자 기소’ 등을 공식 요구했다. 시위대는 계속해서 참여자의 투표를 통해 요구사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시카고 선물거래소에는 ‘우리가 1%다(We are the 1%)’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시위대가 잘 볼 수 있게끔 건물 유리창에 내걸린 이 플래카드는 누가 붙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abc방송은 “시위대의 타깃인 ‘상위 1%’가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 ‘월가 점령 시위가’도 등장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시위에서 처음 불린 이 노래는 ‘사람들아 모여라. 와서 힘을 보태라’라는 가사가 들어 있다. 이는 1960년대 저항 정신을 대표하는 미국의 전설적 팝스타 밥 딜런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시대는 변한다)’의 첫 소절에서 따온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