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깜짝스타 하기 나름… ‘Mr 옥토버’ 찾습니다
입력 2011-10-11 18:49
프로야구에서 포스트시즌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선 “한 명이 미쳐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크게 한 방을 터뜨리거나 눈부신 피칭을 해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PO)에서도 ‘미치는 선수’가 나타나 팀의 승리를 결정짓고 있다.
KIA에서는 백업 포수 차일목(30)이 ‘미치는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차일목은 지난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준PO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에 타석에 나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9회말 SK가 한 점을 따라붙은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의 그랜드슬램이었다.
올해로 13시즌째인 차일목은 그동안 홈런이 19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와 거리가 멀었다. 차일목은 주전 포수 김상훈에 밀려 지난 2006년 준PO에서는 타석에 설 기회조차 잡지 못했고,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야 타격 기회를 잡았지만 5경기에서 8타수 1안타(0.143)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만루 홈런으로 팬들에게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차일목은 수비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에이스 윤석민을 완투승으로 이끌었고, 1회초에는 톱타자 정근우의 도루를 저지하며 백업 포수로서의 설움을 씻어냈다. 준PO 2차전에서도 선발 출장, 2실점으로 마운드를 이끌었다.
SK에서는 안치용이 팀을 구했다. 안치용은 흔히 ‘난세의 영웅’이라고 불린다. 2008년 LG 시절 당시 팀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홀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등 팀 타선을 이끈 이후 가진 별명이다. SK로 이적한 안치용은 올해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후반기에만 홈런 7개를 몰아치며 팀의 4강행을 이끌며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안치용은 준PO 2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6회까지 로페스에게 5안타 1득점으로 꽁꽁막혀 2연패 일보직전까지 갔던 SK는 안치용의 홈런 한 방으로 힘의 균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안치용을 대타로 기용한 이만수 감독대행도 공이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어린 아이처럼 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의 포스트시즌에서도 누가 제대로 ‘미쳐’ 팀을 승리로 이끌지 관심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