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17)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위기에도 꾸준하게 수익 창출해야 1등 증권사”
입력 2011-10-11 21:30
우리투자증권 황성호(58) 사장은 ‘1등’이라는 단어와 늘 함께 다닌다. “우리투자증권에는 1등이 참 많습니다”라는 광고 문구 때문만이 아니다. 2009년 취임 이후 3년 동안 끊임없이 ‘1등 금융투자회사’라는 목표를 강조해 왔고 그 결과로 회사를 위탁매매, 기업공개, 채권인수, 펀드판매 등 주요 분야 1위로 올려놨다. 요즘처럼 증시가 출렁이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의 1등주의 철학을 들어 봤다.
지난 10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집무실에서 만난 황 사장은 “우리는 이미 1등”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업부문 50여개 중 38개에서 1등이고 나머지는 2등이므로 종합 1등”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목표 달성’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1등이라는 것은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영원히 움직이는 목표지요. 저는 사원들이 ‘1등’이라는 단어를 기업문화이자 색깔로 받아들여 주기를 원합니다.”
그는 취임 이래 가장 크게 바뀐 점으로 회사 내의 모든 자료에 비교 데이터가 첨부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업계 상위 증권사’라는 데 안주하고, 남과의 비교에 익숙지 않은 문화 속에 있었다. 황 사장은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일일이 타사 및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 분석하라”고 독려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들 피곤해했죠. 불평도 굉장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야 조직에 생동감이 생깁니다.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갈 때마다 기쁨도 느끼고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도 있는 것이죠.”
최근 이슈와 관련해 황 사장에게 하려던 질문은 크게 세 갈래였다. 헤지펀드 운용과 글로벌 IB 업무 등 종합금융투자회사(IB)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 퇴직연금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 그리고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에서 증권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점이었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하나로 내놨다. “금융회사는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한때 ‘대박’ 수익을 실현해 주는 곳으로 비쳐졌지요. 그러나 투자처를 찾는 기관과 개인들이 원하는 것은 꾸준히 안정적 수익을 내주는 곳입니다. 이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헤지펀드, 글로벌 IB가 필요한 것입니다.”
즉, 헤지펀드와 이를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 업무, 여기에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등을 도맡아 진행하는 IB 업무 등 모두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일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현재 2조6000억원대인 자산 규모를 ‘종합금융투자회사(IB)’업 승인 기준인 3조원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프랑스의 ‘뉴알파’사와 계약을 맺고 아시아 지역 헤지펀드의 초기 투자와 관리를 담당하는 ‘시딩 펀드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으며 내년 상반기 내에는 국내에서도 헤지펀드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황 사장이 직접 명명한 ‘100세 시대 연구소’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황 사장은 “내 주변에도 은퇴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낭패를 본 사례가 수도 없다”면서 “이 자금을 잘 관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자신도 여러 개의 연금 보험과 펀드에 가입해 있다고도 귀띔했다.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요즘 젊은 세대에 유행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표현을 썼다. “다음 달에 당장 좋아진다고 장담은 못합니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가 지나갔듯이 지금의 유럽·미국발 불안도 길게 잡아 1년 정도면 방향성이 잡힐 것입니다. 그 동안에도 우리는 하던 일들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현상에 대해 그는 “궁극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의 양극화 현상”이라며 “이 모두가 금융의 잘못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보수를 차지해 온 금융업계도 분명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금융은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산업이므로 너무 몰아세워서도 안 된다”고 우려하면서 “금융이 각 분야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황성호 사장은
△경주(1953)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 최고경영자 과정 △1989년 다이너스클럽 한국지사장 △93년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 △96년 한화 헝가리은행장 △97년 씨티은행 북미담당 영업이사, 서울지점 이사 △99년 제일투자신탁 증권 대표이사 △2004년 PCA 투자신탁운용 사장 △2007년 PCA 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업부문 부대표 △2009년 6월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취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