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송환 ‘산넘어 산’… 공소시효 시점 최대 쟁점
입력 2011-10-11 22:37
대한민국 법무부와 검찰은 1997년 서울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 용의자인 미국인 아서 패터슨(32)을 한국 법정에 다시 세울 수 있을까.
패터슨이 최근 미국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공소시효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미국 법원에서 최종 송환 결정을 내려도 미 국무부 장관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해 실제 송환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만일 한국 송환이 불허된다면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인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패터슨의 경우 범행 이후 14년6개월이 흘렀지만 98년 8월 출국정지 만료 다음날 미국으로 도주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이때부터 정지돼 여전히 13년 넘게 남아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1일 “패터슨이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고 재판을 받는 도중에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아 도피 목적이 있으므로 공소시효는 당연히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이 패터슨을 한국으로 송환키로 결정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언제쯤 나올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재판 절차를 고려할 때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재판에 당시 패터슨의 체포 근거자료 등을 모두 영문으로 번역해 제출했다”면서 “송환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송환이 돼도 수사기관의 판단과 달리 한국 법정에서 공소시효 관련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패터슨이 미국인인 만큼 도주 목적이 아닌 거주를 위한 출국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99년 용의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다른 한 명인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점화됐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98년 8월 23일 만료된 패터슨의 출국정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실수를 했고, 패터슨은 그 다음날 미국으로 도주했다. 2009년 9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개봉으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자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재수사에 돌입했으며 법무부는 같은 해 12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