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심 쓴 사학감사… 서울시교육청 비리학교 4곳 임원승인 취소 처분 법원서 제동

입력 2011-10-11 18:16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비리가 적발된 사학재단에 대거 임원승인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들 학교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적정성 논란과 함께 시교육청 감사실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지난 7월 불법 회계 및 이사회 부정운영 등으로 이사 승인이 취소된 양천고(상록학원), 서울외고(청숙학원), 진명여고(진명학원), 숭실고(숭실학원)의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8∼9월 서울행정법원에서 모두 인용됐다. 법원이 시교육청의 이사 승인 취소에 대해 줄줄이 학교 측 손을 들어주며 제동을 건 것이다. 시교육청은 즉시 항고했지만 숭실고와 진명여고에 대한 항고는 지난달 기각됐고 나머지 학교는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학교는 지난해 말 공금 횡령, 채용 비리 등으로 시교육청의 대대적인 감사를 받았다. 시교육청은 ‘학교 비리 척결’을 내걸고 해당 사학을 ‘특별감사’했고 적발된 비리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학교별 적발건수가 수십 건에 달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들은 법원에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면서 임시이사를 선임하려던 시교육청 계획은 무산됐고 기존 이사들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애초 시교육청 감사가 지나치게 과도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외고 관계자는 “이사별로 재임기간이나 업무처리 개입 상황이 조금씩 다른데 교육청에서 그런 것들을 무시했다”며 “소극적 개입이었는데도 ‘적극적 개입’으로 과장해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숭실고 관계자도 “가처분 신청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에 본안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본안 소송(임원승인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송병춘 감사관은 “법원이 ‘행정 처분만으로 사립학교법인 임원에 대해 자격 상실하게 할 순 없다’고 했지만 가처분 신청이 본안 소송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시교육청 차원에선 딱히 추가대응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무리한 감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사립학교 임원 취임을 승인취소하려면 사립학교법 제20조에 따라 4가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법원이 승인취소 사유가 다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안 소송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여론에 떠밀려 섣부르게 임원승인을 취소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0∼12월 사이에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임원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시행은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단체에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7월에서야 임원 승인을 취소했다.

임성수 정부경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