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IB 참여 잰걸음… 빅3 ‘3조 요건 맞추기’ 유상증자 결정

입력 2011-10-11 21:39

증권업계 ‘빅3’가 대형 투자은행(IB)을 향해 잰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우증권에 이어 이달 들어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기기 위해 잇따라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나선 것.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이에 따라 몸집 불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헤지펀드·프라임브로커 업무의 최소 자격조건으로 제시한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한 증권사는 아직 없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1조4000억원, 우리투자증권이 6000억원, 삼성증권이 4000억원을 유상증자하겠다는 계획을 차례로 밝히면서 빅3의 ‘3조원 맞추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6월 말 현재 2조7861억원, 우리투자증권은 2조6991억원, 대우증권은 2조693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증권(2조5683억원)과 한국투자증권(2조2697억원)도 IB 업무 수행을 위한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증권사 2곳의 태도는 느긋하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시기나 방법, 규모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시간 내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이들도 유상증자를 시행해 IB 사업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대형사로 분류되는 증권사들은 신중하게 IB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수익성이 얼마나 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2조751억원), 하나대투증권(1조5163억원)은 “지주회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중소형사들은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진 않을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1조9120억원)과 동양종금증권(1조2410억원)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통해 얼마나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한때 열심히 준비했지만 해당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고 잘라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자본 확충은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