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20년째 사역중인 김용애 선교사 “에이즈 어린이들에 새 소망 주고 싶어”
입력 2011-10-11 20:58
연세대 언더우드상 수상자 인터뷰
연세대학교(총장 김한중)는 11일 서울 교내 노천극장에서 김용애(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사와 노중기(중국 옌볜대 복지병원) 박사에게 언더우드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국민일보는 두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감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설교를 통해 두 사람의 헌신을 격려했다.
김용애(67·서울원천교회 파송) 선교사는 11일 “두려움이 앞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년째 사역 중인 그는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는 게 하나님 앞에서 마땅한 것인지 두렵다고 했다. 또 아직 끝나지 않은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상식 참석에 앞서 뜻밖의 어려움을 겪었다. 휠체어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두달간 입원까지 해야 했다.
“지난 7월 12일 밤이었어요. 강도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어요. 제 몸을 꽁꽁 묶고는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는 거예요. 돈이 없다고 하자 가차 없이 몽둥이로 내리쳤어요. 심지어 제 얼굴 오른쪽 뺨에 칼을 대고 그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그날 밤 5∼6시간 고문을 당했다. 온 몸은 피멍으로 얼룩졌다. 강도들은 온 집안을 뒤졌지만 현금을 찾지 못하자 모든 집기들을 차에 싣고 달아나 버렸다. 선교사로 활동한 지 20년 만에 처음 강도를 만났다. 그는 매주 2500여명의 현지인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푸드뱅크’ 사역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도들은 그를 대단한 부자로 착각한 모양이다.
그의 사역지는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포체프스트룸 빈민가다. 2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그는 1991년 하나님의 강권하심에 이끌려 혈혈단신 남아공 흑인 빈민가로 들어갔다. 낯선 동양인이 서툰 영어로 말씀을 전하자 흑인들은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 흑인학교를 찾아가 전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어요. 당연히 문전박대였죠.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제가 전하는 하나님 말씀을 딱 한번 학생들에게 들어보게 한 뒤 학생들이 거부하면 곧바로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기적이 일어났다. 그의 메시지에 학생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 결국 학교 측이 그에게 채플을 정식 인도해줄 것을 요청하게 됐다. 김 선교사는 법원을 찾아가 재판을 받으러 온 사람은 물론 판검사, 변호사 등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사역한 지 3년 만에 ‘포체프스트룸 뉴비기닝센터’(PNBC·일명 아티클21)를 세웠다. 남아공 정부로부터 토지 1.8㏊(5445평)를 무상으로 받아 교회를 제일 먼저 설립했다. 이어 에이즈로 소망 없이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보육원 ‘천사들의 안식처’를 세워갔다. 이는 어린이 6명과 위탁부모를 연계시켜 함께 살아가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벌써 6채나 지었다. 2채는 거의 완성 단계다. 모두 50채를 세우는 게 목표다.
그는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교실을 개설해 미술, 스포츠, 음악, 직업교육으로 삶의 질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동역자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 나이가 적지 않아요. ‘하나님이 보신다’는 생각으로 함께할 분들이면 됩니다. 그 땅에 남는 것은 ‘김용애’라는 이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잖아요.”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