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19년째 의료 봉사 노중기 박사 “심장수술 후 가정방문, 가장 기쁜 순간”
입력 2011-10-11 20:53
연세대 언더우드상 수상자 인터뷰
연세대학교(총장 김한중)는 11일 서울 교내 노천극장에서 김용애(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사와 노중기(중국 옌볜대 복지병원) 박사에게 언더우드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연세대 설립자 언더우드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국민일보는 두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감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설교를 통해 두 사람의 헌신을 격려했다.
노중기(59·중국 옌볜대 복지병원 부원장) 박사는 11일 언더우드상을 받고 “이런 상을 받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겸손해했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하던 노 박사가 중국으로 떠난 것은 18년 전. 심장수술 전문의로서 잘 나가던 의대 교수직을 버린 것은 순전히 소명 때문이었다.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오지 사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주어야 한다는 ‘거역할 수 없는 부르심’이었다.
천안 갈릴리교회(이창준 목사)를 출석하던 그는 국내 병원 및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환자들을 돌봤었다. 해외로도 눈을 돌려 환자들을 돌보면서 돈이 없거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만날 수 있었다. 봉사활동을 할수록 환자들의 고통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1993년 11월 중국 지린성 옌지시 중한 합작 옌볜대학 복지병원으로 떠났다.
“가서 보니 정말 하나님께서 꼭 필요한 곳으로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장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심장수술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50병상 정도의 작은 병원 규모로는 심장수술은 엄두도 못 냈다. 할 수 없이 심장병으로 고통당하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을 한국에 데려와 수술을 받도록 해주었다.
노 박사가 다시 메스를 잡은 것은 99년. 병원 사정이 좋아져 심장 수술이 가능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800명 가까이 수술을 했다. 환자들은 중국 곳곳에서 왔다. 총 26개 성에서 온 환자들이 진료를 받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환자가 환자를 소개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수술에 앞서 항상 환자를 위해 기도했다. 기도는 환자들의 두려움을 녹였다. 환자들은 그의 기도를 듣고 의사를 신뢰했다. 그는 수술을 집도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수술비까지 지원했다. 헌혈이 필요하면 자신의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수술 후 환자를 만나는 때라고 한다. 병원이 아니라 그들의 집에서였다. 노 박사는 수술 후 두 달 내에 꼭 가정방문을 했다. 먼 곳에 사는 환자를 위해 기차로 2박3일을 걸려 찾아가기도 했다. “환자들은 너무 좋아했고 저도 기뻤어요. 수술한 의사로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라 생각했어요.”
노 박사와 병원 직원들은 지역별 의료 봉사도 떠났다. 심장병 수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도 지원하고 체육대회도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결성한 ‘새심회’는 심장수술을 받고 완쾌된 환자들의 모임이다. 10년 동안 중국 내 리더들도 배출했다. 리더 중에는 목회자도 있다.
노 박사는 “봉사는 내가 아닌 하나님이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저 일하시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