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덮기 어렵게된 이국철 폭로, 수사 의지 있나

입력 2011-10-11 17:28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10억여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 사건 수사가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씨는 신 전 차관 외에도 여권의 실세 정치인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도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금품을 제공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대가 없이 그냥 준 것이라고 둘러대는 식이다.

검찰이 이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유도 그의 폭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그는 현직 검사장급 인사에게 1억원이 건너갔다는 느낌을 주는 기자회견을 하고는 막상 조사에서는 이를 부인해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여권 실세들의 비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언론의 관심을 한껏 고조시킨 뒤 슬그머니 빠지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관건은 검찰이 이씨의 입에만 의지하지 않고 구체적인 증거로 시시비비를 가려내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이씨가 신 전 차관에게 건넨 금품의 대가성을 부인하더라도 시기, 방법, 전후 상황 등을 면밀히 수사해 법에 어긋나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액수의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신 전 차관의 수사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사는 범죄 혐의자의 행동과 돈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지 관련 당사자의 입만 쳐다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검찰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수사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특히 이씨와 신 전 차관의 경우 금품이 오간 사실은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 대가성만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증거로 추궁하면 의외로 수사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이씨의 폭로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여권의 유력 인물들이 의혹의 당사자로 떠올라 수사의 성패를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깔끔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것만이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