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면에 나선 ‘러시아 상왕’… 푸틴 총리, 베이징 도착
입력 2011-10-11 17:55
내년 대통령직 복귀가 사실상 예정돼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이틀 동안 중국 방문을 위해 11일 오전 11시 베이징에 도착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그의 대선 출마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뒤 첫 외국 방문이다. 푸틴의 중국 방문은 그가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 외교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총리로 있으면서 국내 문제에 치중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가한 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두 차례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올해로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10주년이 되는 만큼 양국관계 강화를 비롯해 경협 및 투자 확대 방안, 신기술 분야 협력, 주요 국제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통한 푸틴의 크렘린 복귀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양국 간 주요 현안 논의는 더욱 심도 있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총리는 12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만난다.
양국은 이날 푸틴 총리의 방중에 맞춰 70억 달러(8조원 상당) 규모의 무역 및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기술 이전, 연구 개발, 광산 개발 등 16개 항목에 걸친 경협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은 또 2015년까지 무역액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양국 간 올해 무역액은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총리의 방중에는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회장 등 160명의 대규모 수행단이 동행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가격을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와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이 문제를 놓고 돌파구 마련을 위한 실무 협상을 벌인다. 그러나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이번에 가스 공급가격과 관련한 문서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또 중동, 북아프리카 등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