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기아 주범 곡물투기 막아라”
입력 2011-10-11 21:57
461명의 경제학자들이 주요 20개국(G20)에 서한을 보내 곡물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아 급증의 주범으로 떠오른 곡물투기 근절은 다음달 초 G20 정상회의에 의제로 올라갈 예정이지만 곡물가격은 앞으로 몇 년간 더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여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제학자들 “투기 막아야”=옥스퍼드 대학,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등에 소속된 461명의 경제학자들은 10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지구상에서 10억명이 만성적인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다”면서 “과다한 투기를 규제해 곡물 가격을 떨어뜨릴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편지는 미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들과 유럽연합(EU)의 미셸 바르니에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에게도 발송됐다.
11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곡물 투기 규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G20 재무장관들은 지난주 곡물거래소들이 정보를 공유해 선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곡물가격 얼마나 오르길래=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날 연차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년간 곡물가격이 더욱 불안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곡물가격은 2008년과 올해 폭등세를 보이며 수급 불안을 야기했다. 특히 곡물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기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곡물 값은 16% 뛰었다. 올해 2월에는 ‘아랍의 봄’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곡물가격 폭등을 부추기는 것은 투기자본이다. FAO에 따르면 곡물 관련 선물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선물거래시장에서 곡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거품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성, 낮은 곡물 재고량, 에너지 시장과의 연관성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도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는 올해 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75만명 이상이 아사 직전에 몰렸다.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곡물가격이 폭등했던 2007년과 2008년 아프리카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8% 증가했다.
FAO 관계자는 “유엔이 2015년까지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을 6억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이런 목표가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