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연도에 비용 몰려 저축銀 부실위험 키워
입력 2011-10-11 22:21
상당수 저축은행이 대출모집수수료 이연처리로 비용이 줄어든 것은 사실상 금융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의도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과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 기간에 따라 비용(대출모집수수료)을 나눠 내는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분기에 발생한 이익과 비용은 해당 분기에 처리한다는 발생주의 회계 원칙을 회계 기준으로 삼아왔다. 비용을 발생 시점에서 회계처리하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에 비용이 누적돼 손실 등 자산 건전성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이 특정 비용을 통해 여러 해 동안 수익을 낼 경우 비용을 분산 처리(이연자산)할 수 있도록 했다. 원칙 상 당기 비용이지만 기간손익계산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부담을 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송업체가 차량을 구입해 영업할 경우 차량 구입 시점은 특정 연도의 비용이지만 차량을 통해 이득을 얻는 기간은 여러 해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차량 구입비용을 나눠 회계처리한다는 뜻이다.
지난 7월부터 실시한 저축은행 경영진단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3년 만기 대출의 모집수수료가 9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년간 30만원씩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고 지점이나 직원 수도 적기 때문에 대출 중개인을 통한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대출에 따른 이익도 대출 기간에 따라 다년간 발생하기 때문에 이연처리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에 대한 이익은 대출 이자를 통한 이득이지만 모집수수료는 일회성 요인으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1년에 수천 건에 달하는 대출모집수수료가 이연처리될 경우 정확한 비용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생긴다. 이연처리된 비용이 누적될 경우 일정 기간 저축은행이 상각해야 할 비용이 불어나 손실비용 등 자산 건전성이 부실해질 우려도 높다. 실제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 기준 상위 20개 저축은행 중 대출모집수수료가 자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8곳이며, 그 가운데 2곳은 가까스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5%를 넘겼다. 대출모집수수료를 당기에 처리했을 경우 손실 규모가 커져 문제 소지가 됐을 저축은행이 더 있었다는 뜻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인 모집수수료를 이연처리한 것은 해당 회계연도의 비용과 손실 규모만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부실 저축은행 규모를 줄이기 위한 금융 당국의 배려”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