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위권 저축은행 ‘봐주기’…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대출중개수수료’ 이연처리 허용
입력 2011-10-11 22:28
자산총액 기준 상위 20개 저축은행 중 대출중개수수료가 자기자본의 10% 이상인 은행이 8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중개수수료는 대출을 알선하는 중개인과 모집인에게 저축은행이 지급하는 돈이다.
또 이들 가운데 6곳이 수수료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대출기간 동안 나눠 이연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당기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려다 저축은행들의 항의를 받고 이연처리를 허용했다. 당초 방침대로 회계상 비용으로 계상토록 했다면 몇몇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크게 떨어져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1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상위 20개 저축은행 대출중개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산 총액 최상위권인 저축은행들 가운데도 대출중개수수료 비중이 높은 곳이 다수였다. A저축은행은 대출중개수수료가 532억원으로 자기자본(608억원)의 무려 87%나 됐다. B저축은행은 대출중개수수료(207억원)가 자기자본(1062억원) 대비 19.6%, C저축은행은 대출중개수수료(303억원)가 자기자본(1439억원)의 21.1%였다.
10위권 내 D저축은행도 대출중개수수료가 290억원으로 자기자본(445억원) 대비 65%였다. 대출중개수수료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지급한 총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자기자본은 지난 6월 기준액이다. 금감원은 2003년 1월부터 이 대출중개수수료를 비용으로 회계처리토록 지도해 왔다.
금감원 회계제도실은 2003년 3월 삼성화재, 2005년 9월 SC제일은행, 2008년 1월 모 대부업체, 2011년 8월 모 저축은행 2곳 등 모두 5개 금융기관에서 받은 질의에서 “대출중개수수료는 당기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저축은행 경영진단을 시작할 때도 ‘대출중개수수료를 비용처리토록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5개 저축은행이 ‘대출중개수수료를 한번에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항의하자 수수료를 대출기간 동안 나눠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방침대로 분기별로 한꺼번에 당기비용으로 처리토록 했다면 몇몇 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부실 PF채권을 매입하고 대손충당금을 3년간에 걸쳐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혜택을 줬었다”며 “대출중개수수료 회계처리 결정도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연처리
지출에 따른 효과가 당기 이후에까지 미칠 경우 지출을 해당 연도의 비용으로 하지 않고 여러 해 분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점에 구입한 차량으로 3년간 수익을 낼 경우 비용을 3년으로 나눠 회계 처리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대출모집수수료를 대출기간 동안 나눠 비용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