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강영우 박사 부인의 행복이야기… ‘해피라이프’

입력 2011-10-11 20:50


해피라이프/석은옥 지음/문학동네

이 책은 자녀들과 함께 읽는 것이 좋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유익하다. 저자는 이미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진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67·전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와 함께 반세기를 지내면서 그의 인생 지팡이가 되어준 부인 석은옥(69) 여사. 그녀의 자전적 스토리로 희망과 기쁨, 사랑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나온 재원이 연하의 시각장애인과 만나 사랑하며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결코 녹록지 않았을 삶의 이야기가 책 속에 실려 있다.

책을 통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인생과 사랑, 영원, 노년의 삶 등에 대한 수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도 이 책을 읽는다면 생각을 달리 할지 모른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이들 부부가 두 자녀를 키운 방법론이다. ‘강영우와 석은옥식 교육법’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두 아들은 미국 사회에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했다. 큰 아들 강진석 박사는 안과의사로 미국 워싱턴 지역에서 이름이 높다. 아버지의 눈을 고치려는 일념으로 안과를 선택한 착한 장남이었다. 차남 강진영 변호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입법특별보좌관을 거쳐 대통령 선임법률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석 여사의 책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부부를 숙소인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났다. 석 여사는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새삼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평생 사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예수를 닮은 참다운 크리스천이 되는 것, 그리고 참된 크리스천이 된 증거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사명대로 아이들을 키웠더니 훌륭한 크리스천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었다.

이들 부부는 늘 아이들과 함께 잠언을 암송했다. 그중 특히 이 두 구절이 아이들의 심비(心碑)에 심겨지도록 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언 1장7절)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언 3장5절∼7절)

석 여사는 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력(智力)과 심력(心力), 체력(體力)이 필요하다면서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심력이라고 말했다. 심력은 마음의 태도. 자신감이다. 심력을 키우면 지력이 조금 부족하다 할지라도 결국 꿈을 이룬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에는 차남 진영씨가 초등학교 시절 다니던 특수 영재반에서 쓴 허구적 자서전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모습과 삶을 미리 상상해보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일종의 미래이력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상 자서전에는 인생의 단계마다 염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적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묘비명을 기록한다. 진영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최초의 동양계 미국인 연방대법관, 크리스토퍼 강 여기에 잠들다.’ 현재 백악관의 대통령 선임법률고문이라는 그의 직책을 미뤄볼 때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자녀들과 함께 허구적 자서전을 직접 써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석 여사는 1961년 어느 날, 대학시절 걸스카우트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간 서울 맹학교에서 당시 중학생(강 박사는 늦게 학교에 들어갔다)이었던 시각장애인 강영우 학생을 만난 것이 그녀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토로했다. 만난 지 50년이 지났어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비결을 고린도전서 13장에 기초한 ‘부부 사랑을 위한 일곱 필수 비타민’을 먹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 일곱 가지 비타민은 평범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믿는다, 돌본다, 기대한다, 지워버린다, 용서한다, 준다.’ 이 7가지 비타민이야말로 부부 사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석 여사는 미국 인디애나주 공립학교에서 종신교사로 28년간 근무했다. 시각장애인인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일을 유지했던 것이다.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있듯,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야말로 모든 희망이었지요. 그러나 여성으로서의 내 꿈도 중요했습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꿈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과 육아 때문에 결코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면서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습니다. 현명한 아내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교육과 관련해 강 박사가 보충 설명했다. 강 박사는 자녀를 글로벌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는 7가지 원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과 아내는 아이들에게 이 7가지 동력을 주입시키기 위해서 진력했다고 언급했다. 강 박사의 책 ‘원동력’(두란노)에도 나오는 7가지 원동력은 자신감과 자존감, 선명한 비전과 목표, 긍정적 마음, 컴패션, 소통의 능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창의력과 집중력이다. 석 여사는 이 7가지 원동력은 어떤 지적교육보다도 더 중요한 사항으로 한국의 부모들이 숙지해서 교육에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들 부부는 한결같이 실패가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는 것이다. 석 여사는 서울대 사범대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재수해서 숙명여대에 들어갔다. 그때 만일 서울대에 진학했으면 강 박사를 만나는 일도, 두 자녀를 훌륭히 키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 박사는 어린시절 수없이 “눈을 뜨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눈을 떴더라면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이었기에 더 노력했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행복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은 가운데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은사를 개발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코 불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박사가 한마디 더 했다. “영어 ‘Nowhere’(아무데도 없다)의 가운데를 떼어 보세요. 뭐가 되지요?”

“Now Here(지금 여기에 있다)가 되네요.”

“저희 가족은 절망 속에서도 항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항상 ‘기회는 여기 있다’고 살다보니 행복한 삶, 해피 라이프가 되더라고요.”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