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로존 위태… 시간없다”
입력 2011-10-11 00:3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그동안 침묵해 오던 영국마저 “시간이 없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자금난에 처한 유럽 은행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이달 말 안에 내놓겠다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다.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3국은 파산설에 시달리던 합자은행인 덱시아를 결국 공중분해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을 지원하겠다”며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한 이들은 유로존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도 10월 말 이전까지 제시하겠다며 시점을 못 박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유럽 은행의 자본 재확충과 경제협력 가속화, 그리스 부채 문제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란 모호한 얘기만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덱시아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재정위기가 전이되고 있는 유로권 은행권에서의 첫 희생양이 된 셈이다. 3국 정부는 이날 사업부문별 분할 매각 및 국유화 절차에 합의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부실 자산을 떠안게 되는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고, 상황이 위태롭다”며 유로존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캐머런 총리가 나서서 강한 톤으로 유로존 문제에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그리스를 포기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구했다.
EU는 17~18일로 예정했던 정상회담을 23일로 연기했다고 헤르만 판 롬파위 EU 상임의장이 밝혔다. 그는 “각국이 유로존 위기에 대처할 방안을 더 다듬을 수 있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