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軍·기독교도 유혈충돌… 최소 26명 사망

입력 2011-10-11 00:34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9일(현지시간) 콥트 기독교인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해 2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최대 유혈 사태다. 신망을 잃은 군부가 종교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대 유혈사태=이날 오후 카이로 도심 국영TV 방송국 주변에서 콥트 기독교인 수천명과 정부군 간 충돌을 계기로 10일 새벽까지 폭력 사태가 확대돼 26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자는 애초 24명으로 집계됐으나 부상한 2명이 추가로 숨졌다. 기독교인과 군 사이 충돌은 10일 낮에도 계속됐다.

유혈사태는 콥트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대한 공격을 항의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가 정부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집트 인구 8000만명 가운데 약 10%가 콥트 기독교인이다.

에삼 샤라프 이집트 총리는 TV에 출연해 폭력적 행위의 자제를 촉구했다. 임시내각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카이로 도심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군부가 폭력 조장”=사태를 종교 갈등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현지 목격자들 증언은 이와 다르다. 목격자들은 콥트 기독교인들이 애초에는 평화적으로 시위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력배들이 먼저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 차량이 시위대를 향해 돌격해 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거리에 있던 일부 무슬림이 기독교인 보호에 나섰다는 증언도 있다. 유혈사태가 무슬림과 기독교인 사이 갈등에서 촉발된 게 아니란 얘기다.

서로를 분간할 수 없는 밤에는 정부군과 기독교인, 무슬림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일부 정부군은 기독교인으로 행세하고 무슬림을 공격해 이들을 자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콥트 교회 교황 쉐누다 3세는 “불순분자가 기독교도 사이에 침투해 폭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군부 비판 커져=최근 이집트에선 군부에 대한 비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군부는 지난주 “내년 3월까지 총선을 모두 치른다”고 했지만 정확한 대선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군부가 2년 이상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콥트 기독교인들의 시위 구호도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에서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사령관은 물러나라’로 바뀌었다. 애초 시위를 벌인 계기는 십자가와 종을 치우겠다고 했는데도 남부 아스완 지역의 교회를 공격한 극단주의 무슬림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