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개설·카드 발급까지 무려 일주일… 속 터지는 産銀 다이렉트뱅킹

입력 2011-10-10 18:59

“통장도, 현금카드도 없어서 돈을 뺄 방법이 없어요.”

지난 3일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에 가입한 이모(46)씨는 1주일 동안 생활자금이 ‘묶여’ 친구 돈을 빌려 쓸 처지에 놓였다. 다이렉트뱅킹은 산은이 소매금융 강화를 위해 지난달 말 야심차게 내놓은 상품으로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와 계좌와 현금카드 등을 개설해주는 서비스다. 지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통장 개설이 가능하고 고금리를 준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당수 가입자들은 복잡한 절차와 산은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쓰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씨의 경우 계좌 개설 단계부터 일이 꼬였다. 인터넷으로 계좌 개설을 신청한 다음 날인 4일 산은 직원이 찾아와 신분 확인을 마치고 받은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가 다른 사람과 바뀐 것이었다. 이씨는 고객센터에 문의해 이날 중 교환받기로 했지만 5일 저녁이 돼서야 담당직원이 전화를 걸어 OTP 교환 사실을 알렸다. 이씨는 고객센터에 문의한 사실을 알렸지만 이 직원은 “고객센터에서 연락받은 적은 없으며, 자체 점검 중 오지급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OTP를 교환받은 6일에야 계좌 개설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번엔 현금카드가 문제였다.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수령 방법으로 ‘지점 방문’을 선택, 다음 날 해당 지점을 찾았지만 지점에선 “지침을 받지 못해 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계좌에 돈을 이체한 이씨는 결국 현금카드가 발급될 때까지 돈이 묶이게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씨는 “제2금융권이나 작은 군소 은행도 아니고 산은 정도 되는 곳에서 이 정도로 업무처리를 미숙하게 할지는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이렉트뱅킹 신청자 수는 지난 7일 기준 10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산은의 소매금융 인프라와 준비 부족 때문에 이 같은 혼선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1일 평균 6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200명 정도가 몰리면서 다소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달 내에 실명 확인 전담직원 30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