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판도 변화 ‘자수성가형’ 늘었다… 안철수 1000억대 신흥부자 반열

입력 2011-10-10 18:40


‘부(富)의 대물림’으로 점철되던 한국 재벌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재벌가 출신의 독무대였던 한국 10대 부자 명단에 상속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부를 일궈낸 자수성가 부자들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정주 엔엑스씨(구 넥슨) 회장 등이다. 이는 금융산업의 성장과 함께 벤처거품 붕괴 이후 세계적으로 콘텐츠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한국 재벌의 판도에 지각 변동이 계속될 지 주목된다.

10일 재벌닷컴이 1813개 상장사·1만4289개 비상장사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배당금·부동산 등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재산 1조원을 넘는 부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명보다 6명 늘어났다.

이 중 부의 대물림 없이 스스로 ‘성공신화’를 창출한 자수성가형 인물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김정주 엔엑스씨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김준일 락앤락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6명이다. 특히, 박현주 회장과 김정주 회장은 상위 10대 부자 대열에 처음 진입했다.

‘금융가의 황제’로 불리는 박현주 회장의 개인재산은 2조4683억원으로 6위다. 1년 전 1조1841억원보다 무려 1조2842억원 늘어나 순위가 작년 14위에서 8단계 껑충 뛰었다.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등으로 온라인게임 돌풍을 일으킨 김정주 엔엑스씨 회장의 개인재산은 2조3358억원으로 종합순위 8위다. 김 회장은 엔엑스씨의 일본법인 ‘넥슨 재팬’이 일본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재산 평가액이 지난해 8714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종합순위가 22위에서 14계단이나 상승했다. 엔엑스씨와 함께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해 온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는 지난해 최고 ‘벤처 부자’에 등극했으나 올해는 1조8251억원으로 12위로 집계됐다.

1조원대 부자 중 19명은 재벌가 출신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자녀를 비롯한 삼성가(家) 출신이 8명이나 됐고, 범 현대가와 범 LG가는 각각 3명을 배출했다.

한편, 정계 진출 여부를 놓고 최근 관심을 끌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도 1000억원대 신흥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안 원장의 재산은 안철수 연구소의 지분가치 등을 합쳐 1354억원으로 198위를 기록했다. 안 원장은 지난 2001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안철수 연구소 지분 37.1%(372만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안 원장의 재산은 대부분 안철수 연구소 지분에서 창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