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기독연극 돌파구 됐으면…” 서울기독공연예술제 조직위원장 최종률 장로
입력 2011-10-10 17:59
대학로의 많은 연극배우들은 낮엔 식당 서빙이나 배달 일을 한다. 밤 11시 이후 편의점에서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말에는 막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공연을 올린다.
연출자로, 때로는 배우로 무대 아래·위에서 40여년을 보낸 최종률(61·서울 동숭교회·사진) 장로의 말이다.
“연극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들 대다수가 배고프죠. 연출자나 배우 중 공연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경우는 극히 일부입니다. 수익으로 극장 대관료 지불하기도 벅차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게 좋아 연극인의 삶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최 장로는 기독연극 연출가로 유명하다. 그는 1980년 1월 동숭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동료들과 극단 ‘증언’을 창단했다. 말 그대로 공연을 통해 복음을 증언하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그가 상임 연출을 맡고 있는 ‘빈방 있습니까’는 1981년 이래로 매년 12월이면 관객들이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해주는 명 연극이 됐다. 최 장로는 현재 기독연극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복음을 직접 표현한 작품이나 사랑, 평화 등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연극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교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문화 코드 자체가 원색적, 자극적으로 흘러서인지 기독연극이 점점 외면받고 있어요.”
최 장로는 크리스천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는 “돈이 아닌 사명감으로 하라”는 말이 가시처럼 박힌다고 했다. “사명감은 당연히 우선하죠. 하지만 좋은 목적(복음 전파)을 위해 전문 인력을 쓰고 대우해 주지 않으면 의욕이 사라지게 됩니다. 배고픔은 현실이거든요.”
그는 콘텐츠의 부재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80∼90년대만 해도 크고 작은 기독연극·뮤지컬 경연대회가 활발히 열렸어요. 다양한 창작극들이 소개됐죠. 현재는 경연대회가 전무해요.”
최 장로는 기독공연 활성화를 위해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열리는 제 1회 서울기독공연예술제(예술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예술제는 ‘공연예술로 예배할지어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극단 하늘연어의 연극 ‘그 사람 장기려’를 포함해 연극 3편, 뮤지컬 1편, 복합공연 1편 이 상연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예술제는 5개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만 2회부터는 경연대회, 작가 및 배우 오디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한다”며 “기독교 문화사역의 지평을 넓히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