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통설 개혁신학적 관점 설득력 약해”

입력 2011-10-10 21:02


고려신학대학원 신원하(기독교윤리학·사진) 교수는 최근 열린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자살이 기독교 역사를 통해 가장 혐오스러운 죄로 취급됐지만 자살자들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은 통설에 지나지 않으며 성경적 근거 또한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용서받지 못할 죄?: 자살과 구원의 관계에 대한 개혁신학적 분석과 목회윤리적 성찰’ 논문에서 신 교수는 “자살자들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통설은 중세 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제정한 교회법과 교리에 크게 기원한다”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은 자기 살인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어거스틴의 주장을 재확인하고 자기를 죽이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죽임, 즉 살인에 해당하는 죄이며 대죄(mortal sin)라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독 자살이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굳어진 이유에 대해 신 교수는 ‘자살은 다른 살인행위와 달리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죽은 죄’라고 지적했다.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의 기회를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회개하지 못한 죄이기에 용서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신학적으로 타당한가를 묻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개신교회는 회개가 구원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행위가 구원의 필수 조건이 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속하는 것이다.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자들에게 값없이 주어진 은혜의 선물이다. 중대한 죄를 짓고 회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하나님이 택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면 받은 바 그 아들 됨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구원은 특정한 죄의 회개 여부가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 은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죄사함을 받지 못할 죄가 없는 것일까. ‘성령을 훼방한 죄’(마 12:31; 막 3:28∼29; 눅 12:10)밖에는 없다. 성령 훼방죄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구원자라는 진리를 성령의 내적인 증거를 통해 받았음에도 의도적으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과 그의 대속의 죽음을 거부하고 그것으로부터 떠나가는 것”(D A 카슨)을 의미한다. 논문에서는 자살과 성령 훼방죄와 연관성에 대해서도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이 점은 개혁주의신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도의 견인’과도 배치된다. 성도의 견인이란 “참된 신자는 전적으로 은혜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없고, 그들은 확실히 끝까지 견디게 되고 이 확실성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교리다.

신 교수는 “자살자는 자살하는 순간 죄를 회개하지도 못하고 죽지만, 하나님은 개별 행동뿐만 아니라 인간과 삶의 과정 전체로 그 사람을 판단하신다”면서 “자살이 구원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통설은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하지만 목회자들을 향해 자살과 구원이 관계없다는 걸 너무 부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탄에게 자살을 충동질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