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약 복용 참는게 능사 아니다

입력 2011-10-10 17:30


10일은 보건복지부가 건강한 출산 장려를 위해 제정한 ‘임산부의 날’이다. 누구든지 임신을 하면 건강한 아기를 낳기 바란다. 그러자면 임신과 출산에 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

가장 헛갈리는 게 ‘임신 중 약물 복용’ 문제다.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아파도 참고 마는데, 무조건 참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임신부의 고열은 태아의 심장박동도 덩달아 증가시켜 신경계통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열이 날 때는 즉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태아에게 더 안전한 선택이다.

임신 초기, 임신한 줄 모르고 복용한 약물은 임신 5주를 안전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임신 5주까지의 약물 복용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 태아의 기관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태아의 각 기관은 대략 임신 5주 이후에 발생하기 시작한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권지영 교수는 “만약 임신 초기에 임신인줄 모르고 약을 복용했다고 하더라도 여드름 약과 건선치료제 등 몇 종류 금지약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신 전후 복용을 가장 피해야 하는 약물은 중증 건선 치료제 ‘아시트레틴’과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아이소트레티노인’이다. 아시트레틴은 태아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복용 후 최소 3년간 헌혈이나 임신을 금지하도록 권고한 약물이다. 아이소트레티노인 성분도 임신 전후 복용했을 경우 태아의 뇌와 심장 결함, 정신지체 등을 유발할 확률이 4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일부 항암제, 항고혈압제, 항경련제, 항응고제 등도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 꼽히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임신부가 야식을 찾거나, 입맛 당기는 음식들을 마음대로 섭취하는 모습들이 비춰져,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임신 중에는 무조건 잘 먹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한 주요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 1일 영양소 섭취 기준으로 곡류 등 6개 식품군의 특성과 엽산, 칼슘, 철(Fe) 등 영양소를 제대로 알고 섭취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