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분노’… 10월 15일 세계 25개국 400곳서 ‘Occupy’ 시위

입력 2011-10-11 00:14

전 세계 젊은이들이 뿔났다.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진원지 유럽까지 확산됐다. 유럽연합(EU)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는 8일(현지시간) 각국에서 온 청년 2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오는 15일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전 세계 25개국 400여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이들은 무능한 기성 정치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위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자발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브뤼셀 엘리자베스 공원에 커다란 배낭을 멘 청년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공원 바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청년들의 수는 20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유럽 시민들이여 분노하자.” “탐욕과 부패에 물든 정치인과 금융가들은 물러나라.” “EU는 분노의 소리를 들어라.”

이들은 지난 5월 스페인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민운동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의 동조자들이다. 대부분 마드리드에서 브뤼셀까지 몇 달 동안 무려 1700㎞를 걸어 왔다. 일부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합류했다. 시위대의 목표는 이곳에서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 반(反) 긴축재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15일까지 매일 ‘야간 의회’를 연다. 무능한 각국 정치인과 EU 관료들이 아닌 시민의 의회가 시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논의하자는 뜻에서다.

4주째로 접어든 월가 시위도 확산일로다. 당초 주도층인 청년뿐 아니라 중년층까지 가세했다.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벌어진 시위는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촉발됐던 워싱턴스퀘어 광장으로 확대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왜 분노하는가. 외신들은 국가는 달라도 동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무게는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채무 위기는 유럽 서민들의 삶을 짓눌렀다. 국가부도 직전인 그리스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각국은 초긴축 조치를 취했다. 대량 해고,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이 이어졌다.

스페인의 경우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45%가 넘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곳곳에서 항의시위에 나섰다. 미국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의 모순과 소득 불평등, 월가의 탐욕과 부패에 저항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