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범죄, 야간통금으로 해결되겠나
입력 2011-10-10 17:36
최근 들어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 범죄수법도 강간에서 퍽치기까지 다양하다. 비교적 안전했던 서울의 야간치안에 구멍이 뚫리자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에 술 취한 미군이 동두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데 이어 지난 5일 서울 서교동에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4일에는 미군 자녀 5명이 이태원에서 시민을 때린 뒤 돈을 빼앗아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한미군의 범죄는 2008년 183건에서 2009년 306건, 2010년 377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폭행 사건은 2008과 2009년 각 5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사안이 심각한데도 미군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동두천 사건 이후 미 국무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후에 나온 대책이란 것이 기껏 야간통행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앞으로 30일간 평일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주말 공휴일엔 새벽 3∼5시에 부대 밖 통행을 막는 정도다.
주한미군의 범죄는 한국이 지닌 특수한 정치 환경으로 인해 강력한 인화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미선·효순 사건 때 일어난 촛불시위도 일부 불순세력의 선동에 당국의 부실한 대처가 기름을 끼얹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미군은 이런 때일수록 장병들에 대한 철저한 정신교육에 나서 기강을 잡아야 한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한·미동맹을 근본부터 흔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 살인·강간·방화 등 12개 주요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신병을 검찰 기소 이후에야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미군의 보호막으로 악용된다는 이유다. 최근의 성폭행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그 예를 생생히 보았다. 주둔군의 법적 지위에 관한 특수성은 존중하되 야만적 범죄에 대해서는 문명국의 보편적 원칙이 엄격히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