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1부) 마을 기업, 희망의 공동체] ③ 대전 ‘백세밀 영농조합법인’ 성공 사례
입력 2011-10-10 21:57
우리밀 체험장으로 거듭난 농촌마을… 주말마다 인파
우리밀을 재배해 가공·판매하는 마을기업 ‘백세밀 영농조합법인’(대표 김종우·50)은 대전 세동마을의 보배다. 65가구에 마을주민 수가 100명 남짓한 한적한 시골마을은 주말이 되면 마을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지난달 24일에는 대전 도마동 온누리 청소년문화재단 청소년 110명이 이 마을을 찾았다. 청소년들은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102㎡ 규모의 체험장에서 찐빵 만들기, 밀가루 반죽, 국수 만들기 등의 체험을 했다. 체험에 참여했던 이모(14)군은 “밀가루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만들어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우리밀의 귀중함과 농촌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봄에는 대전시내 2개 어린이집이 이 마을에 텃밭을 마련했다. 250여명의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채소를 가꿨다.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돼 고즈넉했던 시골마을은 여름 내내 시끌벅적했다. 농촌의 새 활력소가 됐다.
지난 6월 3일 마을회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우리밀마을 작은 축제 한마당’에는 각계에서 400여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마을 둘레길을 걷고, 우리밀 재배농지도 둘러보는 농촌체험도 진행됐다. 저녁에는 마을 옆 솔숲거리 잔디광장에서 어울림노래봉사단이 음악회를 열었다. 흥겹고 희망에 찬 한마당 축제였다. 세동마을은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대전시로부터 지난 8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는 결실을 이뤄냈다.
이 마을이 원래부터 외지인들로 북적이고 활기찬 것은 아니었다. 충청도 다른 농촌지역에 비해 기온이 2∼3도 낮아 비닐하우스 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빈농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120여가구였던 마을은 50여가구로 줄어드는 형편이었다.
평범한 농촌마을을 도시민들이 찾아오고 싶어 하는 명품마을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백세밀 영농조합이다. 귀농인 김종우(50) 대표와 마을주민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영농조합은 2008년부터 우리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무농약 밀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
첫 해에 15가구가 농사를 지어 우리밀 4.5t을 수확, 이를 밀가루와 국수로 가공해 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가구마다 100만원씩을 갹출해 사업을 확대했다. 중도 포기한 7가구를 제외한 8가구는 농기계를 구입하고 포장지를 디자인하는 등 본격적으로 밀농사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5만㎡의 밭을 경작해 생산량이 20t으로 늘었고, 매출도 1억1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능성을 본 주민들의 참여가 늘었다. 올해 참여 농가는 마을 가구의 절반 가까이 되는 30가구가 됐다. 밀 경작 농지도 12만㎡로 넓어졌다.
이 마을의 우리밀 제품은 지난 추석 선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밀농사를 짓지 않는 40여명의 노인들은 밀 가공업에 참여해 하루 일당을 받고 있다. 급여는 시간당 5000원. 농사를 지으며 짬짬이 가욋일을 하는 노인에게는 짭짤한 수익이다. 조합 매출액 중 25∼30% 가량이 품삯으로 지출된다.
우리밀 생산 이후 주민 소득이 크게 늘자 마을을 떠났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되면서 관광객 증대로 이어졌다.
계룡산국립공원 동남쪽에 위치한 마을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30분, 1시간, 3시간짜리 등산로를 개발했다. 마을에 돌담길을 만들고 담에 벽화를 그렸다. 소공원과 연꽃 체험장도 조성했다. 특히 세동마을 농로 자전거길은 명품이다. 굽이굽이 농로와 마을길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시골의 풍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방문객이 크게 늘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35대를 구비했다. 가을을 맞아 자전거를 타기 위해 세종마을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자전거길을 방문했던 윤모(45·대전 유성구 노은동)씨는 “대전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이라며 “건강식품인 우리밀 재배가 늘고 민박시설 등이 보강되면 농촌체험마을로 전국 최고 명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세밀 영농조합은 방문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기 위해 헛집을 황토방으로 개조하는 중이다. 우리밀 가공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제빵기와 오븐기를 구입하고, 작업장도 따로 만들었다. 우리밀 파종을 위한 복토기도 1대 구입했다. 컨테이너 사무실도 마련했다.
마을 토박이 송종숙(63)씨는 “한적했던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력이 넘치고 있다”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줘 모두들 부자마을이 될 거라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