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羅 “사학법, 당론 결정후 참여”-朴 “농부인 부모, 병역법 몰라”

입력 2011-10-11 00:54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10일 첫 진검승부를 펼쳤다. 두 후보는 관훈클럽, SBS 초청 토론회에서 도덕성과 정책, 안보관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박원순, 병역·후원금 쟁점=박 후보는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병역기피’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작은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적된 것에 대해 “(양손 입적이) 13세 때 일이었는데 당시엔 아무것도 몰랐다”며 “일제시대에 강제징용당해 사할린에 가신 작은할아버지의 제사를 대신 지내도록 입적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또 양손 입적이 현행법상 무효라는 지적에는 “1987년 양손 입적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례가 나왔는데 오히려 그 이전엔 광범위한 일로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게 60년대 일이다. 시골에서 대가 끊기는 경우가 있으면 양자 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했다. 박 후보와 형의 병역 혜택을 위해 ‘쪼개기’ 입적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모님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똑똑한 분이 아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지은 분이 병역법이 언제 개정됐는지를 어떻게 아셨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패널로부터 “대기업 후원금이 너무 거액 아니냐. 기업이 특정 목적이 있다고 의심해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가장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적하는 바에 잘 쓴다는 신뢰가 기업들로 하여금 돈을 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사학법·재산 쟁점=나 후보는 사학재단을 소유한 부친 때문에 17대 때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객관성을 의심받을까봐 의원총회에서 발언도 하지 않고 자제했으며 국회 교과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당론이 결정된 이후에는 적극 참여해 사학법 개정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첫 재산신고 당시 18억원이던 재산이 2011년 40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한 데 대해서는 “그동안 취득한 재산은 없다”며 “공시지가에서 실거래가로 신고 기준이 바뀌고 보유 재산 시가가 올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무상급식 해법으로 “원칙을 갖고 (시 의회와) 대화해 해결하겠다. 지금 어디까지 양보한다고 얘기하긴 힘들다”고 대답했다. 한 패널이 29세 때 사법시험에 합격한 나 후보에게 “대학 시절 바빴느냐”고 묻자 나 후보는 “대학 동기인 남편과 연애하느라 늦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안보관 논란=나 후보는 상호토론에서 박 후보의 안보관을 파고들었다. 특히 박 후보가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낸 참여연대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서신을 유엔에 보낸 것을 문제삼았다. 이에 박 후보는 “저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를 신뢰 못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왜 정부가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또 “저는 안보관이 굉장히 투철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정책 공방=박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 후보의 ‘비강남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완화’ 공약을 문제삼았다. 그는 “재건축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전·월세 사는 사람들이 다 쫓겨나고, 집주인도 개발 이익을 얻지 못하는 ‘뉴타운 개발’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 후보는 박 후보의 ‘임대주택 8만호 건설’ 약속에 의문을 제기하며 맞섰다. 그는 “서울시 부채 7조원을 갚겠다면서 어떻게 8조원이 드는 임대주택 8만호를 짓겠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상대 허점도 파고들었다. 또 “한강 수중보 철거와 관련해 박 후보의 말이 왔다갔다했다”며 “이는 정책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말 한 마디에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시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품격 있는 정치를 바라는데 (한나라당은) 과거 선거의 네거티브 방식을 재연하고 있다”며 “정책이 없다 하는데 쏟아지는 공격에 이런(정책) 얘기를 할 기회가 없을 정도”라고 되받았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