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내분비종양, 주 증상은 복통과 설사

입력 2011-10-10 21:39


신경내분비종양(NET)이 도대체 무슨 종류의 암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스티브 잡스(56)가 췌장에 생긴 신경내분비종양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자 과연 ‘나도 저렇게 죽는 게 아닌가’ 걱정돼 부랴부랴 주치의와 상담 일정을 잡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석 교수는 10일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4개 대학병원에서 ‘칼시노이드’ 또는 ‘유암종’, 신경내분비종양 등으로 진단 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07년 54명에 불과하던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수가 2008년 168명, 2009년 312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칼시노이드와 유암종은 신경내분비종양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칼시노이드 또는 유암종으로 분류하던 것을 스티브 잡스가 이 병에 걸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명이 통일되는 경향이다. 발생빈도는 10만 명당 5.3명꼴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특히 소화기에 많이 생긴다. 직장(48%)과 위장(18%) 췌장(15%) 등의 순서다. 스티브 잡스는 이중 췌장에 존재하는 신경내분비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간까지 전이된 경우다.

췌장암에는 이 신경내분비종양과 선암, 두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예후(수술 등 치료 후 경과)가 아주 나쁜 암은 췌장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암이다. 췌장의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암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한국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아도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수는 전체 췌장암 환자 중 280명(0.8%)에 그쳤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과 설사(55%)를 주 증상으로 한 소화불량과 과민성장증후군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화끈거리는 홍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그림 참조).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지만 전체 환자 중 5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된다. 나머지는 이미 주위 림프절에 옮겨 붙거나 다른 장기에 원격 전이가 일어나 항암화학요법을 쓸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암이 생긴 신경내분비세포를 타깃으로 한 ‘옥트레오티드 라르’와 암세포의 증식과 혈관신생, 신진대사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mTOR’ 단백질을 억제하는 ‘에베로리무스’ 성분의 표적 항암제가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