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3명, 포항∼독도∼연평도 931㎞ 순례… 국토의 소중함, 온몸으로 느끼다
입력 2011-10-09 22:08
“일반인들에게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시각장애인 3명이 19박20일간의 국토순례에 나섰습니다.”
8일 오후 1시쯤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에 도착한 독도∼연평도 국토순례단 단장을 맡은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45) 관장은 “무사히 연평도에 도착해 평화롭게 도보 행진을 하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장은 “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국민들이 독도의 해상주권과 연평도의 평화정착 등 우리 영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순례 도중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들도 할 수 없는 일을 시각장애인들이 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며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점자의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볼펜을 선물로 주려 하자 잡상인 취급을 한 지하철 승객들을 만날 때는 씁쓸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21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발대식을 가진 독도∼연평도 국토순례단은 이 관장을 비롯 경북점자도서관 컴퓨터 담당 직원 이종욱(38)씨와 울산에서 지압원 창업을 준비 중인 최동석(34)씨 등 시각장애인 3명과 자원봉사를 맡은 경주대 특수체육학과 대학생 6명, 운전기사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마지막으로 포항∼경주∼포항∼울릉도∼독도∼영천∼구미∼김천∼상주∼영동∼대전∼조치원∼천안(독립기념관)∼평택∼수원∼서울∼부천∼인천∼연평도∼인천 등 바닷길을 포함해 931㎞를 순례했다.
봉사대원 조현빈(23·경주대 3년)씨는 면사무소 창고를 가리키며 “저곳이 북한의 포사격 때 포탄이 떨어진 자리”라며 시각장애인 순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아직도 뒷산 소나무들이 당시 화염의 영향으로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들은 대전에서는 도보순례 중 영화 ‘도가니’를 보며 시설장애인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 토론했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등 다양한 문화활동도 병행했다.
국토순례단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항출신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1954년 민간인 독도경비대 33명을 기리며 선착순 33명에게 점자명함 신청을 받는 행사를 펼친다. 이 관장은 2005년 독도∼대구 국토순례 당시 10박11일 동안 도보로 160㎞가량을 행진한 경험을 살려 이번 국토순례를 기획했다.
연평도=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