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아들 두 다리 잃었지만… 아버지는 ‘용서의 편지’를 보냈다
입력 2011-10-09 19:11
아프가니스탄 작전 도중 두 다리를 잃은 영국 병사의 아버지가 “탈레반을 용서한다”는 편지를 써 영국을 감동시켰다고 영국 일간 미러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육군 공병대 소속인 제임스 윌슨(29)은 지난 5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번째 폭탄 제거 임무 도중 길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두 다리를 잃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는 본국으로 이송돼 버밍엄 셀리오크에 있는 군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날 오전 아들의 비보를 접한 이안 윌슨(59)씨는 충격에 휩싸였다. 윌슨씨는 “이렇게 섬뜩한 기분이 들기는 처음”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윌슨씨는 아들의 다리를 앗아간 원수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는 군 통역관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엽서를 써서 아들이 사고를 당한 장소에 갖다 놔 달라”고 요청했다. 윌슨씨는 “마음속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지 않는다는 걸 탈레반에게 전하고 싶다”면서 “제임스는 타고난 군인이었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아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탈레반이 무슨 짓을 했든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윌슨씨는 14년 전에도 다른 아들을 전쟁터에서 잃은 비극적인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제임스의 형인 스튜어트는 1997년 보스니아 내전에 참가했다. 협곡에서 38t 유조차를 운전하던 스튜어트는 맞은편에서 오는 차와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 핸들을 꺾었다가 차가 전복되면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였다.
윌슨씨는 “스튜어트가 9명의 보스니아 사람을 살리고 죽었을 때 이보다 더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제임스도 스튜어트처럼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