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낸 크노프사 데서 부사장 “‘엄마를 부탁해’ 한 챕터만 읽으려다 계속 읽었고… 바로 출판 결심”
입력 2011-10-09 19:11
“9월 어느 목요일 밤이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저녁에 참석해야 할 문학 이벤트가 있어서 원래는 한 챕터만 읽고 일어날 계획이었다. 몇 장을 읽다가 생각했다. ‘오늘 밤에는 그냥 이 책을 읽어야겠어.’ 그러고는 계속 읽었고, 울기 시작했다. 그때 출판을 결심했다.”
‘제6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출판사 크노프의 로빈 데서 부사장을 7일 경기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던 날 밤을 이렇게 기억했다.
크노프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은 출간 5개월 만에 9쇄에 돌입했고, 전자책으로도 3만부 이상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31번째로 핀란드에 판권이 팔렸다.
그는 “미국 독자들이 진짜 한국적인 스토리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흥분했고 빠져들었다”며 “굉장히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이슈를 통해 독자 모두가 자기 이야기로 느낄 수 있었던 게 (‘엄마를 부탁해’가) 성공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데서 부사장은 어머니가 큰아들의 밥그릇에 생선 조각을 올려놓는 장면을 소설에서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어머니가 젓가락으로 고기 조각을 떼어내서 큰아들 그릇에 넣어주는 그런 행위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최고의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 그런 어머니의 심정은 다 같지 않느냐. 그게 보편성이다. 미스 신(신경숙)의 소설에 그런 보편성이 있었다.”
신경숙 소설의 대중성을 언급하던 그는 지난 6일 스웨덴 시인에게 돌아간 노벨문학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에게 상이 가길 기대했는데 좀 실망했다. 어느 상이든 발표 후에는 그런 불평이 있지 않겠느냐(웃음)”며 “노벨상 밖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상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독자들은 소수 심사위원들이 뽑은 책보다는 풀뿌리 수준에서 사랑받는 책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앞으로 신경숙의 소설처럼 넓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한국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