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해혁명 100주년] 中 정부 “쑨원 열기, 민주화운동으로 번질라”

입력 2011-10-09 19:03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는 지난 2일 높이 6m의 대형 쑨원(孫文) 초상화가 인민영웅기념비 앞에 세워졌다. 이곳 고궁 앞에 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와 마주보는 위치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는 지난달 30일 신해혁명기념관이 새로 완공돼 8일 정식 개관했다. 기념관 주변에는 황싱(黃興), 주저신(朱執信) 같은 혁명 선구자의 동상이 세워졌다. 광저우 하이주(海珠)구에 있는 대원수부(大元帥府) 앞 광장에는 쑨원의 청동상이 새로 세워졌다. 쑨원이 1923년 광저우에서 대원수에 취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광저우는 혁명군이 북벌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인 만큼 신해혁명 관련 유적이 적지 않다.

신해혁명 100주년에 즈음해 중국 전역에서는 쑨원 열기가 넘쳐나고 있다. 신해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창봉기의 고장 우한(武昌·漢口·漢陽이 통합돼 武漢이 됨), 중화민국의 첫 수도였던 난징(南京), 신해혁명을 주도한 쑨원의 고향 중산(中山) 등에서는 학술토론회를 비롯해 신해혁명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잇달아 열렸다. 쑨원은 1925년 베이징에서 사망했으나 장제스(蔣介石)의 국민정부가 1927년 베이징을 점령한 뒤 난징에서 국장을 치르고 그의 유해를 중산릉에 안치했다.

중국은 신해혁명 100주년을 중화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면서도 혁명열기가 민주화운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초연될 예정이던 쑨원 일대기를 그린 오페라의 공연을 취소했다. 대만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영화 ‘신해혁명 1911’의 공연을 중단시켰다. 양안 모두 ‘쑨원 배우기’에 나서면서도 미묘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