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퇴직임원 돈잔치… 정신못차린 월가
입력 2011-10-09 18:56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를 점령하라’ 시위는 주장 자체가 일사불란하지 않다.
원조인 ‘월가를 점령하라’의 뉴욕 시위에서도 경제위기 현상을 비롯해 정치, 민주주의, 자본주의, 전쟁, 평화, 여성, 인권 등 온갖 주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말인 8일에도 시위는 수십 곳의 도시에서 벌어졌다.
단일 지휘부가 없는 동시다발적 전국적 시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것이다. 금융권 탐욕은 바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가 날로 확산되는 와중에 금융권 탐욕의 대표적인 사례가 또 발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물러난 샐리 크로첼 전 자산운용책임자에게 모두 600만 달러(약 70억8000만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같이 물러나는 조 프라이스 전 소비자금융책임자는 500만 달러를 받는다.
퇴직금치고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런데 이들은 경영상 책임을 지고 해고된 인물이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BoA는 지난 4분기 중 3분기 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모기지 관련 대손충당금을 300억 달러 이상 쌓으면서 순손실 88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이런 결과로 주가는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모기지 연계 증권에 대한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가들에게 85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사태 등과 관련해 지난달 경영진 물갈이 때 해고된 것이다. 그런데도 크로첼은 월급 85만 달러와 수당 515만 달러를, 프라이스는 월급 85만 달러와 수당 415만 달러를 각각 받는 것이다.
이러니 시위대가 열 받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일부 BoA 건물 앞에서는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LA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BoA 건물에 난입, 일부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난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탐욕적인 월가의 행태를 부각시키고 금융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숨겨진 수수료를 갖고, 속임수 등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초부터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씩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BoA를 지칭한 것이다.
시위가 확산돼도,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해도, 월가의 돈 잔치와 탐욕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