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 다변화… 항공우주박물관 불똥

입력 2011-10-09 22:02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8일(현지시간) 반전 시위대의 항의 방문을 받고 운영을 중단했다. 금융계의 탐욕을 비판하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프는 시위를 오바마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할 방안을 찾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이날 시위대 100~200명이 항공우주박물관에 몰려들어 경비요원과 충돌을 빚었다고 발표했다. 경비요원들은 최루 스프레이를 쏴 시위대를 쫓아냈다.

시위 참가자들은 무인공격기 사용과 국방분야 예산 지출 과다를 비판하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군사용 무인기 전시전’을 여는 중이었다. 시위대 상당수는 월가 시위에 동조해 ‘워싱턴DC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미 CBS방송은 시위 참가자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 말고도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의 본거지인 뉴욕 맨해튼에선 시위 장소가 두 곳으로 확장됐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날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맨해튼 한복판의 워싱턴스퀘어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지난 3주 동안 시위 참가자가 급격히 늘어 맨해튼에서 두 번째 시위 장소가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최초 시위장소인 주코티 공원에서의 노숙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AP통신은 “시위 장소에선 식품조달뿐 아니라 보안, 위생, 응급처치 등도 이뤄지고 있다”며 “작은 도시의 기능을 갖췄다”고 묘사했다.

한편 이번 시위가 오바마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역지 휴스턴 크로니클에 기고한 글에서 “집권 초기 은행 친화적 정책으로 경제회생에 실패한 오바마 행정부에 이번 시위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대통령의 인기가 너무 낮아 오바마 재선 캠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시위에서 한 여성이 ‘마음이 뜨거워졌나요(fired up)’라고 외쳤을 때 ‘나아갈 준비가 됐다(ready to go)’고 답한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는 오바마가 지난 대선 때 군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때 사용했던 구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