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부자마을 화시촌 르포] 별장같은 전원주택 ‘천하제일촌’

입력 2011-10-09 22:26


‘천하제일촌(天下第一村) 화시(華西)촌’. 화시촌 사람들은 자기 마을을 이렇게 부른다.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있는 쑤난숴팡(蘇南碩放)국제공항에서 차로 고속도로를 50분가량 달리면 인구 5만의 아담한 마을이 나온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촌’이지만 이미 도시나 다름없다.

왕복 4차선 마을 진입로는 중앙분리대와 길 좌우로 조경이 깔끔하게 돼 있었다. 주택가의 단독주택 정원에는 오렌지 나무가 탐스러운 열매를 달고 있었다. 정원 잔디에 고무호스로 물을 주는 주민들도 간간이 보였다. 미국 어느 전원도시 같은 분위기였다.

화시촌은 원래 창장(長江) 하류 지역의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1961년 주민 수는 667명, 1인당 연간 수입은 53위안(9540원 상당)에 불과했다. 이곳은 1978년 덩샤오핑(登小平)이 개혁·개방을 부르짖은 이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여기에는 50년 전 공산당 화시촌 지부 당서기였던 우런바오(吳仁寶·83)라는 인물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지금은 ‘화시촌 정신’으로 불리는 주민들의 단결력도 대단했다. 우런바오는 당시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인민공사(중국식 집단 농장)에서 일해 번 돈을 한 집당 2000위안씩 내 공장을 짓자”고 설득했다.

마침내 나사못 공장을 차릴 수 있었고 마침 불기 시작한 공업화 바람 덕에 사업은 순풍이었다. 뒤 이어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지역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화시촌은 중국 정부가 농촌 소득증대를 위해 80년대에 시작한 향진(鄕鎭)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철강, 섬유공장을 잇달아 지었다.

화시촌 성립 50주년이 된 지금 이들 기업은 ‘화시집단(그룹)’으로 성장했다. 회사 수는 무려 80여개 나 된다. 화시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 위안(9조원 상당)을 넘었다. 주민들은 우런바오를 ‘라오수지(老書記)’라고 부른다. 그는 화시촌의 지금 모습이 과연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묻는 질문에 “중국식 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義)”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화시촌은 먹고 입는 문제는 계획경제방식을 채택하되 연말 성과급은 철저하게 일한 결과에 따라 지급한다.

“20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이미 집집마다 별장식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데다 자가용도 굴리고 있었다.” 화시촌에서 만난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 충칭주재 특파원 천서우장(陳壽章)은 “화시촌은 예외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 1인당 지난해 세금 납부액은 85만 위안(1억5300만원)에 달했고 1인당 평균 순수입은 8만5000위안(1530만원)이었다.

토요일인 8일 화시촌 내 ‘행복광장’에서는 마을 성립 5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행사에 이어 72층짜리 룽시(龍希)호텔 완공식도 진행됐다. 촌 단위 마을에 중국에서 8번째로 높은 빌딩이 세워진 것이다. 높이 328m인 이 호텔 건설에는 이 마을 200여 가구가 출자한 30억 위안(5400억원)이 들어갔다. 이 호텔이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화시집단은 이제 원양물류는 물론 해양엔지니어링, 에너지개발, 관광, 신도시 건설 등 사업을 10개 분야로 확장했다. 특히 원양물류의 경우 보유 선박이 13척(총적재중량 105만t)이나 되는 장쑤성 최대 선박운수회사를 갖고 있다.

우시=글·사진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