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강남 거리 무료공연…꽉막힌 도로 주민 불만

입력 2011-10-10 00:19


9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한가운데서 가수 비가 솟아올랐다. 영동대로에 설치된 특별 무대가 위로 올라오면서 비가 등장하자 객석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졌다. 무대에 오른 비는 황금색 갑옷을 입고 절도 있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짧게 자른 머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춤이 끝나자 객석에서 머리가 왜 짧으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제 가야 하니까요….” 잠깐 침묵이 흐른 후 비는 관객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마지막 무대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1일 입대를 앞둔 비가 영동대로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강남구 홍보대사인 비에게 구에서 무료 공연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지난 1~9일 강남구가 주최한 ‘2011 강남 패션 페스티벌’의 마지막 행사로 한류거리 조성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공연이다.

비의 콘서트는 장당 최소 6만원이다. 2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 거리공연은 무료다.

2시간 동안 한류스타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와 외국에서까지 팬들이 달려왔다. 관객은 1만7000여명에 달했다. 공연 전날부터 한국전력공사 앞 인도는 줄 지어 앉아 있는 수천명의 팬들로 지나갈 틈이 없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온 팬 수백 명은 ‘사랑해요, 기다릴게요’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밤을 지새웠다.

외국인 관객이 많아 한국말 사이에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외국어가 섞여 들렸다. 대만인 쉬메이링(45·여)씨는 “어제 비 무료 공연을 보기 위해 친구 4명과 한국에 왔다”면서 “비의 웃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미국인 페니(28·여)씨는 “홍콩, 미국 친구들 10명과 아침부터 와서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힙송’으로 포문을 연 공연은 오후 8시30분쯤 형형색색의 레이저와 함께 히트곡 ‘레이니즘’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비는 훗날을 기약하는 노래 ‘안녕이란 말 대신’을 마지막 곡으로 불렀다.

공연이 끝난 후 비는 기자들에게 “제대 후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고 싶다”면서 “크게 발전한 한국의 가요와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경찰은 영동대로 왕복 14차로 중 삼성역에서 코엑스 사거리까지 영동대교 방향 7개 차로와 반대 방향 4개 차로를 오전 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통제해 논란이 일었다. 당초 주최 측은 강남 도산대로 왕복 8차로를 막고 노상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반대해 장소를 영동대로로 변경했다.

공연은 성황리에 열렸지만 도로 통제로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어 일부 시민들이 반발했다. 회사원 김희철(34)씨는 “국가 행사도 아니고 일부 팬을 위한 공연이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데 가수 한 사람 때문에 주민들이 통행에 피해를 입어야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도로 통제와 안전을 위해 경찰 70여명과 자원봉사자 90여명, 소방관 41명이 배치됐으며 소방차 6대가 대기했다. 영동대로 끝에는 응급상황실과 경찰 운영본부가 설치됐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