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2012년 한국 성장전망 줄하향… 글로벌 금융위기 그림자가 짙다
입력 2011-10-09 18:45
해외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4% 이하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심지어 내년 성장률이 2%대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올 초 5%로 발표했던 경제성장률을 6월 4.5%로 내려 잡았지만 그보다 훨씬 비관적인 시선이다. 한국 경제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실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B 전망 줄하락…‘2% 성장’ 예상마저=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 10곳이 예상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3.7%, 내년 3.9%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 각각 4.3%, 4.6%를 전망하던 데서 0.6∼0.7% 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세계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스의 UBS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3월 4.0%에서 지난달 말 2.8%로 1.2% 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4.8%에서 4.2%로, 바클레이즈는 4.0%에서 3.5%로, BNP파리바는 4.6%에서 3.4%로 낮춰 잡았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국내 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4%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4.1%로 낮췄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수치는 재정부가 제시한 ‘4%대 중반’ 성장률에 크게 미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3%, 3.6%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4.1%와 3.6%, 현대경제연구원은 4.3%와 4.0%로 예상했다.
일부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초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하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연말에 밀어내기식 매출이 많고 경제가 심하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내년 1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신평사들, 등급 조정 준비=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확산이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월 이후 하이쎌, 케이디씨, 대우자동차판매, 토마토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네이쳐글로벌 등 7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케이아이씨, 한국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7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재정위기가 점차 실물위기로 번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누적된 실적 악화가 나타날 경우 ‘줄강등’ 사례가 나타날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높은 기업군으로 전기전자, 해운 등 수출 관련 중소기업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위기대응 능력도 약하거니와 대기업들이 경기침체 불황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하도급 업체인 중소기업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등 수신 기반이 없는 금융사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세계 경기 불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기업들의 신용 불안이 예상된다”며 “대유럽 수출기업의 경우 실적 악화가 상당부분 시작된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이경원 전웅빈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