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M&A 시장 나선 산은… HSBC 서울지점 인수 검토단계

입력 2011-10-09 18:47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실패한 산은금융지주가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섰다. 인수 대상은 최근 구조조정에 착수한 HSBC은행의 서울지점으로, 현재 양측이 검토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HSBC는 국내 11개 지점을 가진 중소형 은행이지만 리테일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산은금융으로서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복수의 산은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HSBC은행 측과 서울지점 인수를 위한 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도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소형은행과의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며 잘되면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HSBC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규모 30조원의 중소형 은행이지만 수도권과 지방 등에 모두 11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개인 수신 기반이 취약한 산은금융으로서는 인수할 경우 충분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산은의 분석이다. 산은은 소매지점 부족으로 인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무점포 온라인 뱅킹 상품(KDB다이렉트)을 출시하는 등 개인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HSBC은행 역시 최근 전 세계 주요 지점을 매각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한 글로벌 전략 수정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서울지점이 완전히 철수한다는 얘기가 시장에 파다하게 돌았지만 HSBC 측은 리테일 부문을 제외한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은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HSBC가 리테일 부문을 정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면서 “산은금융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복되는 IB 업무를 제외하고 소매금융 사업과 영업망을 가져올 수 있어 괜찮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산은금융 관계자도 “HSBC은행 서울지점 인수를 포함한 여러 가지 M&A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금융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아직 M&A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은금융은 국내 은행 외에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은행도 다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등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구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HSBC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