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대회 한국新, ‘약물’에 날아갔다

입력 2011-10-09 19:38

남자 육상 400m 계주 한국대표팀 임희남(27·광주광역시청)이 지난달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대한육상경기연맹 등에 따르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달 4일 세계육상 폐막일에 치러진 남자 400m 계주 예선 직후 대표 선수들의 소변을 채취, 한 달간 정밀 분석을 마친 뒤 지난주 임희남의 소변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다고 연맹에 통보했다.

임희남이 복용한 제품은 운동 지속 능력을 도와주는 크레아틴으로 금지약물은 아니지만 자주 복용하면 성분이 체내에서 크레아틴 멀티라는 흥분제 성격으로 바뀌는 물질이다. IAAF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흥분제 같은 물질은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해 엄격히 사용을 금한다.

이로써 적발 시점인 9월 4일로 날짜가 소급돼 임희남이 이후 각종 대회에서 작성된 기록이 말소된다. 이에 따라 대구 대회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세웠던 한국기록(38초94)은 모두 삭제된다. 또 주최국 선수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세계 대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실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연맹은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도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희남의 전국체전 출전을 허용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맹은 아직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임희남의 소속팀도 당황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청 심재용 감독은 “연맹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게 없다. 선수도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전날 남자 일반부 1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임희남은 이날 오전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계속된 200m 예선을 준비하려고 몸을 풀다가 도핑 소식을 듣고 경기를 포기했다.

한 육상 관계자는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연맹이 덮는다고 감춰질 사안이 아니다”면서 “자칫 세계적으로도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연맹이 진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