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법 실마리는 찾았다

입력 2011-10-09 21:21

한진중공업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잡혔다.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내 재고용하고, 이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2000만원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국회환경노동위 권고안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9일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극한대립 속에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노사협상에 일단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다.

조 회장이 수용한 권고안에 대해 정리해고자들을 대신해 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속노조는 “국회에서 논의된 권고안을 바탕으로 미흡한 부분은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회사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10일부터 협상에 착수한다.

조 회장이 ‘2년 뒤 재고용’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데는 국회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국회 청문회와 지난 7일 환노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나와 사태 해결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었다. 시민단체들의 ‘희망버스’ 시위도 큰 부담을 줬다.

그러나 완전한 사태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국회 권고안 수용 조건으로 지난 1월 초 크레인에 올라간 뒤 9개월 이상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사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당장 크레인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리해고자들은 정리해고 즉각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초 노사정 간담회에서 사측이 ‘2년 내 회사 정상화 후 재고용’을 제시했을 때, 노측은 “정리해고된 올해 2월 14일을 재고용 시점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재고용 시점을 ‘이날(7일)부터 1년 내’로 제시한 국회 권고안과도 8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회 권고안을 두고 “노사 문제를 정치 논리로 해결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총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처럼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기업마저 정치권의 개입에 의해 고용조정을 포기하면 기업의 생존뿐 아니라 다수 근로자의 생계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노사문제 개입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앞으로 정리해고 문제가 경제논리가 아닌 포퓰리즘에 치우진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측이 2010년 12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생산직 근로자들을 대규모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노조 측은 정리해고 철회 등을 외치며 즉각 총파업에 들어갔다. 시민단체들이 이 회사의 부산 영도 조선소로 집결하는 ‘희망버스’ 시위도 5차례나 열렸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