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부끄럽다”… 신재민, 아이패드 들고 출두

입력 2011-10-09 21:19


검찰이 9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소환 조사함에 따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로 촉발된 수사가 1차 분수령을 맞았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게 건너간 금품이 어떤 성격인지를 조사했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회장의 폭로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었던 신 전 차관을 다른 인사들에 앞서 소환했다. 지난 7일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및 친인척과 친구 사무실 등 10여 곳을 19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에게 지난 10년간 10억원대의 현금, 법인카드, 상품권, 차량 등을 제공받은 의혹의 당사자다.

검찰은 신 전 차관 의혹을 우선 밝혀내는 것이 연일 폭로 수위를 높여가는 이 회장 주장의 불필요한 증폭을 막는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서 시작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청와대비서실 정책홍보비서관 등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뿐 아니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현직 검사장 출신 인사에게 SLS그룹 수사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대리인을 내세워 진행했다고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을 상대로 공직 재직 시 또는 민간인 신분에서라도 이 회장에게 청탁을 받거나 알선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곽 위원장과 임 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에게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 상품권을 건넨 적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신 전 차관은 “일부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부정한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리적으로 보면 신 전 차관에 대한 조사의 핵심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금품을 제공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검찰로서는 사용처 분석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돈이 건네진 배경을 조사해야 신 전 차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검찰이 SLS그룹 비자금 조성 등 개인비리를 확인해 이 회장의 신병을 먼저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현 정부 인사들에게 다양한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만큼 이 회장 자금의 출처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10일로 예정된 이 회장 3차 소환에서 이 회장 사법처리에 대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전 차관은 변호인과 함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서류가방 대신 아이패드만 들려 있었다. 그는 검찰 출석 2시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로서는 무척 억울한 일이나 동시에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럽다”면서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면 기꺼이 비판을 받아들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