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10·26 재보선… 대선주자들 흥망 달렸다
입력 2011-10-09 18:28
10·26 재보선에 여야 대선 주자들이 개입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이들의 위상도 크게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같은 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9일 기자들과 만나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양측의 대리전이 점점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은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승패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굳히거나 맞바꿀 가능성이 높다. 나 후보가 승리할 경우에는 대선주자 1위로서의 박 전 대표 위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은 물론, 안 원장의 부상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선거참여 과정에서 막판까지 고심하는 등 ‘소극적 지원’에 나선 모양새여서 이기더라도 박 전 대표가 승리의 공(功)을 100%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나 후보가 패배할 때에는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소극적 지원에 대한 당내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당내 대선 경쟁자인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 원장의 경우 박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면 ‘안철수 돌풍’을 재확인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지위가 더욱 격상될 전망이다. 주변에서는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의 지원으로 박 후보가 곤경에 처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박원순 도우미’로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선거 지원에 나서서 박 후보 승리를 견인할 때에는 안풍(安風)이 더욱 거세지면서 대선주자 1위 자리까지 빼앗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선거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내년 총선 이전에 행보를 본격화하는 등 ‘정치일정’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박 후보의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박 후보가 이길 경우에는 민주당 경선 패배에 대한 굴욕을 씻으면서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겠지만 패배할 경우에는 2연패에 대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민주당도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정동영 최고위원 등 비주류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친노무현계 대표주자로 부산 동구청장 선거의 야권 사령탑을 맡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동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행보가 좌우될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길 경우 영남권에서의 그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몸값을 높이겠지만 반대로 질 경우에는 안풍의 최대 피해자로서 최근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아예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패배는 아울러 그동안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는 친노계 전체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