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신광교회] 유정성 담임목사 “세계적 보수·진보 진영도 융화… 한국 교회 서로 배워야”
입력 2011-10-09 20:03
1600여개 교회, 32만명의 성도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교인 수 300만명을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나 합동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결코 작은 교단이 아니다. 풍부한 에큐메니컬 인재풀과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한국교회에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장 총회장에 선출된 유정성(67·사진) 서울 신광교회 목사를 만나 기장의 정체성과 한국교회 연합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WCC 총회 준비에서 볼 수 있듯 기장 총회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장교단이 규모가 작으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원론이 사회-교회-개인 구원으로 이어지는 데 있습니다. 다른 교파에서는 개인 구원을 먼저 생각하고 교회, 사회로 들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우리는 사회 속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빛과 소금이 되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의 평화 인권 등의 분야에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기장교회 하면 급진적인 교회라는 선입견도 많습니다.
“사실 그것은 사회구원을 강조해온 기장 교회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쉼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사회개혁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주니 교인들이 힘겨워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법론이 다를 뿐 진짜 성령운동을 하는 사람이 진짜 사회운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성령 충만한 사람이 민족과 사회를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장 내에 진보적인 교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단 내에는 진보적인 인권그룹, 성령운동을 강조하는 성풍회 그룹, 그리고 양쪽에 속하지 않는 그룹 등 3가지로 구성되는데 1953년 교단이 태동한 뒤에 한 번도 교단 분열을 겪지 않았습니다.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끌어안는 모습이 바로 기장의 전통이고 멋입니다.”
-성풍회 회장과 부흥사를 지낸 분이 총회장이 됐습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오병직 조규향 김인호 목사님 등 1세대 성풍회 지도자 밑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회장까지 역임하게 됐습니다. 주위에선 제가 부총회장에 출마했을 때 한번 놀라고, 당선이 된 다음 또다시 놀라더군요. 600여 차례 전국을 돌며 부흥회를 할 때 은혜 받았던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성령운동과 사회정의 운동의 조화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WCC 총회를 앞두고 보수교단에서 반대움직임이 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과거 예장 합동에서 이단취급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학교에 연구 동아리가 생길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진보와 보수교회가 신학적 차이가 있다지만 그건 결국 시간적 차이라고 봅니다.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이 융화되는 세계 교회의 추세처럼 한국교회도 서로를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