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안무의 장중함, 일사불란한 군무… 뮤지컬 ‘바람의 나라’ 연습실 활력넘쳐
입력 2011-10-09 17:24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이미 일반에도 친숙한 설화. 기록엔 남지 않은 낙랑공주의 이름이 상식처럼 ‘사비’로 통용되는 건 만화가 김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 때문이다. 드라마, 뮤지컬로 이어지며 이 콘텐츠는 만화책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한 번쯤 접해본 이름이 됐다.
유희성 연출가와 배우, 스태프들이 공들여 작업 중인 ‘바람의 나라’는 뮤지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 6일 오후 연습이 한창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서울예술단 연습실을 찾았다.
첫 공연은 14일. 공연을 앞둔 연습실엔 긴장이 넘쳤다. 이날은 첫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과 마찬가지로 한 번에 끝내는 연습)였다.
오케스트라 대신 반주음악(MR)이 음악을 대체하고, 배우들이 무대의상 대신 평상복을 입었을 뿐 안무와 노래, 대사와 몸짓 하나하나까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열연이 이어졌다. 유 연출가는 간간이 배우들의 위치에 대해 조언하는 정도로 최소한만 관여했다.
고구려 3대왕 대무신왕(무휼)의 성장기를 그린 뮤지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로 관객의 외면을 받은 데 비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훨씬 친절해진 모양새였다. 낙랑 멸망 설화가 이미 관객에게 익숙하다는 점도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음악과 안무의 장중함, 활과 창을 활용한 일사불란한 군무까지 이 뮤지컬의 지향점은 뚜렷했다.
연인과의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호동의 캐릭터가 모호하고, 극 중 호동과 무휼이 지향하는 실낙원 ‘부도’에 대한 설명이 없는 등 단점이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작품은 활력이 넘쳤다. 낙랑공주가 나라 대신 연인을 선택하고 죽는 장면에선 비감이 감돌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샛별 윤현민도 제 역할을 했다.
유 연출가는 “연출 입장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배우들 간 호흡이 좀 부족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무대세트가 미니멀하고 상징적으로 꾸며질 예정인데 그러려면 배우들의 기운이 매우 중요해요.” 그는 ‘모차르트’와 ‘투란도트’ 등 장대한 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연출해 흥행시킨 경력이 있다.
연습에는 대본을 맡은 원작자 김진씨도 참석했으나 품평을 묻는 질문엔 말을 아꼈다. 작품은 14∼23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