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스트레스 받으면 학교 안 노래방·당구장 가요”

입력 2011-10-09 23:59


‘학교내 교회 주변을 흡연 및 이성교제의 장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기숙사 귀가 시간 미준수시 2일간 설거지 봉사를 한다’

‘음주시 1주일간 쓰레기 분리 수거봉사를 한다’

위 사항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대안학교 두레자연고 학생, 교사가 공동자치회의에서 스스로 정한 규정이다.

찾아가 본 이 학교는 당구장, 노래방, 흡연구역(금연 노력실)이 있어 방문객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런데 학생들은 요즘 청소년들과는 달리 표정이 밝고 인사를 잘하며 말을 잘한다.

이학교는 입학생 모집시 학생선발을 거꾸로 한다. 정상적인 학생은 제외시키고 문제학생부터 뽑으니 불량학생으로 위장해서 입학하는 경우까지 있다.

“공교육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입학 후 이곳 생활을 통해 이루는 변화는 엄청납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려 노력합니다”라고 아이들과 어깨동무를 스스럼없이 하는 임태규 교장은 말한다.

우리나라에 대안학교가 도입된 지 15년이 되었다.

전국적으로 130개의 대안학교가 있으며 각기 특성을 갖고 현재 공교육이 해결하지 못하는 교육소외자들을 인도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자녀, 다문화가족,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도 있고 영어중심의 학교, 귀족 스타일의 학교 등 다양하다.

대안학교는 수업일수 수업시간 교재선택에 있어서 기존학교와 비교해 융통성이 있고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한 교실에 학생수가 20명 미만이라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 선생님과 학생간의 친밀감이 높다.

체험학습과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현장학습,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창의성을 높이려 한다.

지리산 종주, 국토순례, 해외문화탐방, 유기농 텃밭재배 등등의 활동은 정규교과과정이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자치회를 통해 교육수용자의 요구가 교육현장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점이 기존 교육제도와 다르다.

“공교육은 대량교육이다 보니 교육과정이 획일화, 표준화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대안학교가 그동안 경험미숙으로 시행착오도 하고 학교시설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뒹굴면서 사제동행을 하니까 효과가 있습니다.” 기독교대안학교연맹 마병식 사무총장은 대안학교가 한단계 더 발전될 수 있도록 일반학교처럼 교육당국의 지원과 세제혜택이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달 초 지리산에서 만난 전남 담양 한빛고 학생들은 ‘일반고에 다녔으면 졸업후 추억거리가 별로 없겠지만 우리는 학교생활 얘기를 2박3일동안 해도 다 못할 것’이라며 종주를 마친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사진·글=김태형 선임기자 kim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