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문화 바꾸겠다는 약속 지켜라
입력 2011-10-09 19:02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7일로 마감됐고 1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선거문화의 쇄신’이다. 이미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지난 4일 청계천에서 열린 ‘희망 나눔 걷기대회’에서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하자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좋은 스포츠 경기를 준비하듯 서로 좋은 모습을 서울시민에게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이들의 약속은 유권자들 보기에도 참 좋았다.
박 후보는 특히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인신공격적인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대의 정책이나 문제 제기에는 답변하는 차원에서 반응을 보이겠으나 인신공격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 방식은 지난 경선처럼 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문화의 판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과 달리 선거 초반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거칠다. 네거티브 선거운동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선거운동 후반에 들어서면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후보는 나 후보 측이 매일 선거 공약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전문가가 써준 것을 읽으면… 현장에서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도 ‘여성 폄훼’ 발언이라며 “우리 사회의 편견을 드러내는 것으로 근거 없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역대 각종 선거에서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늘 이렇듯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지금까지 지켜진 일이 별로 없었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후보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 때 항상 인신공격성 흑색선전이 등장했고 늘 결말은 씁쓸함으로 끝났다.
상대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실천 가능성이나 경력, 이력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또는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해 유권자들을 혼란시키는 행위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이번만큼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지 말자’는 약속을 지켜 우리 선거문화를 바꾸는 선구자들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