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참히 스러지는 예술영재들
입력 2011-10-09 18:59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계 국립대학이다. 1993년 설립된 이후 음악원·연극원·영상원·미술원·무용원·전통예술원 등 6개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 예술영재들이 가장 선망하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 학교 스스로 ‘세상을 행복하게 할 한 그루 나무’를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명문 예술학교의 꿈나무들이 잇따라 스러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술원 2학년생 2명과 영상원 3학년생 1명, 4학년생 1명 등 모두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취업시험 낙방, 학교생활 부적응, 부모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올 봄에 학생들의 연쇄자살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카이스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학교 측은 그동안 학생들의 자살 문제를 쉬쉬하다가 지난 6일 저녁에 ‘먼저 떠나는 학우를 위한 추도식’을 개최함으로써 공론화했다. 이 자리에서 총학생회장은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과와 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학생, 교수와 학교가 함께 모여 의견을 모으고 해법을 나누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에서 죽음의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엄혹한 연단과정을 담대하게 이겨내야 한다. 예술가는 불안한 미래를 용기로 헤쳐 나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빛나는 창의력과 예술혼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정처럼 굳어지지 않던가. 앞서 정상에 오른 선배 예술인들 가운데 그러한 연단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 측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보듬을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학평가에서 보듯 예술가들을 사회의 잉여인간쯤으로 보는 시각에 교수들이 맞서야 한다. 그런데도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태도는 유감이다. 한 교수가 “감수성 예민한 예술대학생들이 몸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슬픔과 비극을 알려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살을 옹호한다는 의미인가. 12일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예술영재의 희생을 줄이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