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신 “한국영화 깊고 섬세해요”

입력 2011-10-07 18:53


“한국 영화는 프랑스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깊고 섬세하죠.”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58)는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날 개막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새 영화 ‘마이 리틀 프린세스’를 들고 참가한 위페르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 1998년 제3회 부산영화제 참가 차 처음 한국을 찾았고, 13년 만인 올해 무려 세 번이나 한국에 왔다. 지난 5월 자신을 주제로 한 사진전시회 오픈과 영화 홍보를 위해 왔었고, 7월에는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다른 나라에서’ 촬영 차 방문했다.

위페르는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를 “한국이 좋다. 이곳에 있으면 편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두 번째 찾은 부산영화제에 대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로 알고 있다. 유럽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영화제인데 세계의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아시아와 세계가 영화를 통해 만나는 장소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전용극장이 생길 정도로 지난 13년 동안 많이 커지고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털어놨다. “3회 영화제 때는 48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자갈치시장을 둘러보고 놀란 기억이 있어요.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던 빨간집(포장마차)들도 밤이 되면 너무 예뻤는데 이번에는 볼 수 없어 약간 실망했어요(웃음).”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통해 한국 영화를 접했는데 내 고향에 온 듯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은 굉장히 중요하고, 미스터리하고, 스마트한 사람”이라며 “그를 매우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했다. 작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감독이라면서 홍 감독 영화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2주간 촬영이 심야 촬영까지 이어지는 날이 있을 정도로 강행군이었지만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홍 감독과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임상수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좋아해요.”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등 을 거론하며 “한국 영화에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를 통해 새로운 영화 언어를 발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창동 감독의 영화도 많이 봤는데 ‘밀양’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영화에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당연하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페르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서 두 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여왕’에 오른,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스타다.

부산=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