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점령 시위’ 두둔… 정치권도 ‘쟁점화’ 조짐

입력 2011-10-07 18:30

미국 전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를 점령하라’ 시위가 정치 쟁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시위 현상과 관련해 지지와 반대 등 상반된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가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를 점령하라’ 편이었다. 그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가 분노하는 것은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월가에 제대로 된 규제가 이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 현상을 지지하는 발언이며, 동시에 월가를 강력히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할 당시 백악관 바로 옆 광장에서는 ‘DC를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시위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도 워싱턴 ‘아이디어스 포럼’에서 “시위의 핵심은 많은 미국인이 시스템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중산층이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 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의원도 “그들(시위대)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서 이같이 ‘독려’한 것은 전국적 시위 현상을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추동력으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시위 참석자들은 경제난 속에서도 거대 금융기관들은 탐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번 시위를 전국적인 ‘진보적 티파티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