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도 ‘점령당했다’… 시위 전국 확산 조짐
입력 2011-10-07 18:30
미국 수도 워싱턴DC도 ‘점령당했다’.
6일(현지시간) 낮 12시, 백악관 인근 프리덤 광장. 오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광장에는 이미 설치된 무대 위에서 랩 가수가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고, 이곳저곳에는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 풀밭에 누워 공연을 즐기는 사람, 조깅을 하다 잠시 멈춰서 바라보는 여성, 벤치에 앉아 햄버거 점심을 먹는 무리들, 거기에 노숙인들까지….
점심때가 되면서 모인 사람들은 1000여명으로 불어났다. ‘DC를 점령하라(Occupy DC)’ 시위는 평화로운 집회였으며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탐욕을 처단하라’ ‘전쟁은 이제 그만’ ‘월가를 부숴버리자’ ‘정치인은 범죄자’ 같은 과격하고 자극적 표현의 팻말들이 곳곳에 보였다. ‘오바마가 월가 투기를 조장했다’는 진보 세력에 대한 공격에서부터 ‘티파티를 없애자’는 보수 세력에 대한 공격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장 한쪽에는 기자석과 응급치료대까지 마련됐으며, 시위 주최 측이 동원한 촬영팀이 돌아다니며 현장 상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점령하라(Occupy)’는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흔들었다. 주장은 통일되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의견 차이로 말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광장 행사를 마친 뒤 거리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긴장했지만 아무런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에만 뉴욕과 워싱턴DC, 보스턴, 로스앤젤레스(LA) 등 2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500여명이 참여한 LA 시위에서는 일부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에 난입해 11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