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학자 공동 집필 ‘겨레말큰사전’ 일부 공개… 악플·빨래집 등 추가

입력 2011-10-07 18:21

2013년 발간을 목표로 남북 국어학자 20명이 공동 집필 중인 ‘겨레말큰사전’의 내용 일부가 565돌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공개됐다. 편찬위원장인 홍종선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겨레말큰사전은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을 단순히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어휘와 뜻풀이를 더해 민족어의 발전적 통일을 지향했다”고 밝혔다.

‘민족어 통일’을 위해 남북 학자들은 단어 뜻풀이를 분담해 집필한 뒤 서로 상대방의 내용을 검토해 합의안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북한 학자들이 집필한 ‘노다지’의 경우 ‘광맥이 많이 묻혀 있는 곳’이란 뜻에 ‘우리나라 금광을 약탈한 미국 광주(鑛主) 놈들이 쓴 노터치(no touch)에서 유래됐다’란 붙임이 있었으나 남측 검토 과정에서 ‘서양인의 광산 개발 과정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로 바뀌었다. 남북 학자들은 각 어휘가 문학 작품에 쓰인 사례를 각각 반영해 단어 뜻풀이가 풍부해지게 했다.

학자들은 남북의 기존 사전에 실리지 않은 어휘나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새로 추가했다. 남측에서 최근 쓰이는 교통카드, 악플 등의 단어와 북측의 빨래집(세탁소), 볶음머리(파마머리) 등이 예다. 학자들은 또 ‘양뀀’(양꼬치의 재중동포 사투리) 등 국외에서 쓰이는 지역어도 반영해 민족어 통합을 추구했다.

편찬 작업은 2005년 시작됐고 남북 양측이 매년 만나 2009년까지 20차례 공동 편찬위원회의와 네 차례 공동 집필회의를 거쳤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0년 이후 남북 공동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남북이 개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측 편찬위는 전체 작업의 61%가 끝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 교수는 “독일도 통일 전에 종합사전을 발간했다”며 “남북 교류가 단절돼 사전의 필요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학회가 한글날을 기념해 15일 경북대에서 개최하는 전국 국어학 학술대회에서 ‘겨레말큰사전 미리보기’를 주제로 내용 일부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